30여 개 선진국을 이끌며 해외 부패방지에 앞장서온 도널드 존스턴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78·사진)은 “공공분야의 부패 척결이 사회 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원로 법률가인 그는 OECD 최초의 비유럽권 출신 사무총장으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박상옥) 주최로 3일 시작한 반부패 포럼에서도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OECD 사무총장을 지내는 동안 뇌물방지 협약,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정 등 활발한 반부패 활동을 펼쳤다. 13년간 캐나다 맥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캐나다 과학기술장관(1982∼84년), 법무장관(1984년), 자유당 당수 등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부패 척결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경찰 법원 군대 등을 하드웨어, 정책을 입안하고 법률을 제정하는 정치인을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이를 움직이는 공무원과 정부 관료의 공공서비스를 운영체제(OS)라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일어나는 부패는 심각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공공분야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직한 정부를 만들고 ‘1등급’ 공공서비스를 하기 위해 공무원 운영체계 개선에 초점을 둔 3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의 명망을 높이고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직연금 제도를 잘 마련해 뇌물에 눈 돌리지 않도록 하며 △재능 있는 공무원들이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를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부정부패를 저질렀을 때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이 연달아 법정에 서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묻자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리 법률이 잘 마련돼 있어도 직접적으로 부패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일관된 법을 적용해 정당하게 처벌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3일 발표한 기조연설문에서 중국의 부정부패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자 투자국인 중국의 부정부패 문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해결 방식을 한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