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섭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학생이 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자기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부모의 반응이나 기대에 견주어 스스로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초등 4∼6학년이 “시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했다. 곽 교수는 “아주 어릴 때는 자아가 강하다. 그런데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이 시기엔 스스로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해 부모가 10번 칭찬하고 한 번 야단쳐도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부모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죄의식을 느끼는 건 한국적인 현상이다. 부모는 자녀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아 자녀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으로 여기고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다. 자녀는 열심히 공부해 부모의 희생에 보답해야 효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모의 기대감이 높으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꼭 행복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부모들이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격려해 주기 때문이다. 김선희 씨의 2015년 인하대 석사학위 논문 ‘아동이 지각한 부모의 기대, 학업성취와 행복 인식’에서 부모의 기대 수준은 아이의 행복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자는 아이가 부모의 기대를 ‘애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취재팀의 심층 인터뷰에서는 아이 못지않게 엄마들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주변의 다른 엄마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난 부족한 엄마’라며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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