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job談]부리는 인턴십 아닌 가르치는 인턴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청년드림]

김서연·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김서연·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6%가 퇴사 이유 1위로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를 꼽았다.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투입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고려하면 신입사원의 퇴사는 엄청난 손실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최근 직원을 뽑을 때 직무 관련 적성을 주의 깊게 보는 추세다. 학력, 학점, 어학점수 등 전통적인 ‘스펙’보다 직무 경험을 꼼꼼히 체크해 최소한 적성에 안 맞아 그만두는 직원은 줄이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에게 이제 이 ‘직무 관련 경험’이란 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직무 관련 경험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주로 인턴십을 활용하는데 인턴십이 하나의 필수 스펙처럼 자리 잡아서다.

일단 인턴십은 지원 과정부터 만만치가 않다.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인턴십 합격 스펙’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직무 경험을 쌓으려고 인턴을 하는 건데 인턴 지원서에 직무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들은 ‘탈스펙’을 외치지만 취업 당사자들에겐 ‘스펙 더하기’로 느껴진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들의 인턴십 선발 절차는 신입사원 채용 절차와 대부분 유사하다.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필기시험, 면접시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경쟁률 또한 만만치 않은데 삼성 그룹은 200 대 1을 웃돌 정도다.

인턴이 됐다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취업연계형 인턴십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외국 기업들보다 매우 적은 수준이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취업준비생들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못하면 불안감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정규직 전환 비율이 상당히 낮은 인턴십에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요구는 채용하는 측 중심의 일종의 ‘갑질’ 아닐까. 기업에 100% 정규직 전환 인턴십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인턴십 과정 중 그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지원자까지 기업이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이 인턴을 채용할 때 목적이 무엇이고, 어떤 인센티브가 제공되는지 등이라도 명확히 알려줬으면 한다.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운용하는 인턴십이라면 최소한 그 ‘직무 경험’이라도 제대로 쌓을 수 있게 형식과 내용 면에서 알찬 과정을 운용해주길 바란다. 단순노동에 가까운 업무만 지시하고 ‘열정페이’를 핑계로 알바처럼 부리겠다는 자세는 횡포다.

인턴십은 꼭 필요하다. 인턴십을 통해 기업들은 추상적인 스펙에 의존하지 않고 업무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토익 점수만으로는 어필할 수 없던 본인의 열정과 실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신 ‘합리적인 방식으로 뽑고, 제대로 운영이 된다면’이란 전제가 붙는다. 기업들이 이 명제 하나만이라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서연·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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