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 실종자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아들의 소식을 전한 장병에게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고 또 울었다. “이모가 많이 울면 오빠가 좋은 데 못 간다”며 조카가 울지 말라고 충고했었지만 그래도 생존자들을 보자 아들이 생각나 눈물을 참지 못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생존 장병 중 국군수도병원에서 퇴원한 39명이 8일 실종자 가족 59명을 만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간부식당은 이산가족 상봉장을 방불케 할 만큼 울음바다가 됐다. 최원일 함장과 장교 등 7명은 참석하지 않았고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어머니들이었다. 만남에 참석한 가족들은 생존 장병들에게 실종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묻고 사지에서 생환한 데 대해 격려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8시경 만남의 자리가 마련된 부대 내 간부식당은 몇 분 만에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굳은 표정으로 식당에 들어서던 가족들은 군복차림의 장병들을 보자 “모두 다 내 아들, 남편, 형, 동생 같다. 어디 얼굴 좀 보자”며 장병들을 어루만지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긴장된 표정으로 가족들을 기다리던 장병들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서대호 하사(21)의 어머니 안민자 씨(52)는 한 장병을 붙잡고 “우리 대호가 상사, 중사님이 자기를 잘 챙겨준다고 했어요. 우리 애가 그랬어요”라며 “3월 20일에 대호랑 마지막 통화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 씨는 흐느끼는 장병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음 크게 먹고, 대호 목숨하고 똑같으니까 병나면 안 돼요”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민평기 중사의 어머니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는지 다가가 “같은 방에 계셨느냐”고 물었고 그 장병이 “같은 방은 아닌데 후배다”라고 하자 이내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장병들을 자신의 가족인 양 부여잡고 울었고 “살아와 줘서 고맙다”며 다독였다. 장병들은 자신들이 아는 한도 내에서 실종자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했고 일부는 설명을 하다 슬픔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울었다.
이상준 하사의 형수 하은경 씨(42)는 “그래도 어디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게 돼서 마음이 편하다”며 “위치도 모르고 바닷속에 유실돼 버렸으면 시신도 못 찾는 건데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에선 살아 돌아왔으나 이번에 실종된 박경수 중사의 가족은 이날 만남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중사의 친형은 “생존자와 실종자를 모두 경험해 본 우리로서는 생존 장병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