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국내언론 첫 인터뷰 “2011 대구대회 기다리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본보 양종구기자, 자메이카 육상대회 현장을 가다

《카리브 해 북부 서인도 제도의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는 16세기에는 스페인, 17세기에는 영국의 식민지로 노예무역의 희생양이었던 아픔을 간직한 나라. 1962년에야 독립하며 ‘자메이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인구 280만 명(2008년)의 작은 섬나라가 최근 세계적인 육상 강국으로 떠올랐다. 덥고 습한 열대 기후에 변변한 육상 트랙도 없지만 자메이카 국민에게 육상은 꿈이자 희망이다. 자메이카가 육상 강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달리기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에 있다. 그 치열한 현장을 찾아가, 2008 베이징 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에서 3관왕에 오른 자메이카의 육상영웅 ‘번개’ 우사인 볼트를 올림픽 후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킹스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8월 베를린대회 출전 100m 200m 기록 도전

달리는게 즐거워… 새 우승 세리머니 준비중


“저,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오∼ 노(No)!”

22일 자메이카 킹스턴의 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서인도대(UWI) 초청 육상경기대회에서 만난 ‘번개’ 우사인 볼트(23)는 기자를 만나자 도망갔다. 그는 자신의 개인 코치인 글렌 밀스 코치를 찾아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밀스 코치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부탁에 볼트와의 인터뷰를 허락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100m(9초69)와 200m(19초30)에서 세계기록을 동시에 세우며 우승한 볼트는 현지 기자들도 잘 만나지 못하는 특급 스타다.

세계적인 스프린터가 되면서 많은 언론이 따라붙자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이역만리 한국에서 온 본보를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볼트와의 일문일답.

―요즘 400m에 집중하고 있는데….

“400m에 출전하는 이유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8월에 열리는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00m와 200m에 집중할 생각이다. 두 종목이 나의 주 종목이기 때문이다. 400m는 내년에나 도전할 것 같다.”

―언제나 밝은 표정이던데 그 이유는….

“나는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100m 기록은 어디까지 단축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나의 미래를 예측하겠나.(웃음) 하지만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메이카 대표팀 동료인 전 세계기록 보유자 아사파 파월의 반격은 어떻게 예상하나.

“파월은 뛰어난 선수다. 우리는 트랙 밖에서는 친구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라이벌이다.”

―자메이카 선수들은 왜 잘 달린다고 생각하나.

“어려서부터 육상은 생활 그 자체다. 또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도 다른 나라 선수보다 강한 것 같다. 훌륭한 지도자도 많다. 과거엔 좋은 선수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으로 이민을 갔는데 이젠 자메이카에서 살며 활동하는 선수도 많다.”

―자메이카 단거리 힘은 이제 미국이 본받을 정도로 세계적이다.

“자메이카 선수들은 그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는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매번 이기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이유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올해 베를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대구 대회 역시 기다려진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자메이카 트렐로니 패리시에서 출생한 볼트는 크리켓을 하다 육상으로 전환했다. 자메이카 춤에서 따온 갖가지 제스처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요즘 새로운 제스처를 준비 중”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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