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2시 15분 전남 구례경찰서 구례읍내파출소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구례 읍내 S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자영업자 허모 씨(40)가 술값 21만 원을 내지 않는다”는 거였다. 순찰차 근무를 하던 구례읍내파출소 배문수 경위(42·사진)와 송희창 경사(40)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배 경위 등 경찰관 2명이 S유흥주점에 도착했을 때 만취한 손님 허 씨는 “술값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 경위 등은 파출소에 함께 가줄 것을 요청했으나 허 씨는 시간을 끌었다. S유흥주점과 읍내파출소는 70m 정도 떨어져 있어 순찰차로 1분, 도보로 2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그러나 허 씨는 “순찰차를 타지 않고 걸어 가겠다”, “소변을 보고 싶다”며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20분 이상 지체됐다.
S유흥주점 여사장이 오전 2시 45분 파출소에 동행하기 위해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던 순간 운전자 허모 씨(20·회사원)가 몰던 무쏘 승용차가 갑자기 돌진했다. 이 차량은 구례경찰서 앞 회전교차로 경계턱을 들이받은 뒤 배 경위 등 3명이 서 있던 S유흥주점 앞을 덮쳤다.
차에 들이 받힌 배 경위는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일 오전 11시 45분 숨을 거뒀다. 구례경찰서 조사 결과 운전자 허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284%로 인사불성 상태였다.
순직한 배 경위는 1999년 순경으로 입문한 뒤 올 1월 70대 치매 노인을 5시간 수색 끝에 발견해 전남 경찰청장상을 받는 등 15차례 표창을 받은 모범경찰관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38)과 1남 2녀가 있다. 그는 2012년 전남 고흥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중 광양에 사는 홀어머니(65)를 돌보기 위해 구례경찰서 근무를 지원했다. 쉬는 날이면 고향집 어머니를 찾아가 농사일을 도왔다. 정철주 구례읍내파출소 팀장(57·경위)은 “배 경위는 112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던 열성 경찰관이었다”고 회상했다.
경찰은 배 경위에 대해 순직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 영결식은 9일 구례서장이 엄수키로 했다. 그러나 배 경위의 근무경력이 15년으로 연금대상자(20년 이상)가 되지 않아 순직을 인정받더라도 퇴직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노모 봉양은 물론이고 자녀들 교육과 생계비 마련에 어려움이 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