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 최하위는 강남, 왜?…졸업생의 진로② [학교, 이렇게 알아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16시 23분


《어떤 학교에 보내는 게 좋을까?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점찍어둔 학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고민이 줄겠지만 이런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에 의지하는 방법 외에 학교에 대한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국 초중고교의 정보를 모아놓은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숫자만 잔뜩 모아놓은 느낌이어서 처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다 보면 학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알리미에서는 특정 학교에서 어떤 유형의 상급학교에 진학했는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졸업생이 과학고, 자사고, 일반고 등 어떤 유형의 고교에 진학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고교는 유형별로 묶어놓으면 대학에 비해 상대적인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점찍어둔 학교의 입시 성적이 궁금하다면…졸업생의 진로① )

하지만 학교알리미에서 제공하는 고교 졸업생의 진로 정보는 지나치게 단순해서 학교 선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개용 데이터로 제공하는 엑셀 파일은 △진학자 △취업자 △기타 등 3가지로만 구분하고 있습니다. 입시 성적을 참고하려는 이용자들에게는 허탈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용 데이터 엑셀파일보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제공하는 정보가 조금은 자세합니다. △전문대진학률 △대학교진학률 △국외진학률 △취업률 △기타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정보 이용자들은 점찍어둔 학교에서 어느 대학을 얼마나 보내는지가 궁금하지만 학교알리미가 제공하는 정보는 4년제 대학에 몇 명 보냈는지, 전문대에 몇 명을 보냈는지 정도를 알려주는 데 그칩니다. 전국의 4년제 대학은 모두 ‘대학교’의 범주에 묶여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선호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학교알리미에서는 같은 범주로만 묶여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정보여서 이것으로는 학부모·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는 것은 정보 이용자들과 교육 당국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육당국은 특히 입시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는 것을 매우 꺼려하고, 최대한 공개하지 않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입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면 전국의 고교가 ‘서열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시 정보에 대한 공개는 제한적이고, 이런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공개된 정보로 분석을 해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등 소재 고교(특성화고, 마이스터고는 제외)의 진학률이 매우 낮습니다. 2018학년도 기준으로 전문대, 대학교, 해외 대학 진학을 합친 ‘진학률’의 전국 평균은 77.2%인데, 서울은 60.5%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습니다. 특히 서울 중에서도 강남구는 46.7%로 전국 시군구 중에서 꼴찌, 서초구는 49.7%로 꼴찌에서 두 번째입니다. 진학률 60% 미만의 시군구는 전국에서 6곳에 불과한데, 모두 서울에 있습니다. 강남구와 서초구 외에 양천구(54.3%), 중구(58.0%), 송파구(58.4%), 영등포구(59.6%) 등입니다. 4년제 대학으로 범위를 좁혀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강남구(38.8%) 서초구(39.9%) 등의 4년제 대학의 진학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입니다.

교육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고교에서 진학률이 낮은 경향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면 ‘기타’는 강남구(53.0%)와 서초구(50.3%)가 전국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기타는 ‘진학 또는 취업에 속하지 않는 경우’로 정의됩니다. 입시업계에서는 대부분 재수를 택한 학생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국외 대학, 취업을 제외하고 ‘기타’로 통계에 잡히는 경우는 거의 모두가 재수생이라는 것입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고교들의 진학률이 전국에서 최하위인 것은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입시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치열한 내신 경쟁으로 수시 전형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광역단위모집 자사고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진학률이 낮은 편입니다.

위 내용은 2018학년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입니다. 2019년 자료는 이달 31일 이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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