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보는 세상]변호사 『배지가 부끄러워』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12분


법원에서 변호사 배지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변호사들은 예전과 같이 법원을 드나들며 소송을 하고 있지만 판사 금품수수사건이 터진 뒤 양복 깃에 달고 다니던 변호사 배지를 떼버렸다. 그래서 누가 변호사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변호사는 대한변협에 등록할 때 5천원짜리 배지를 무료로 받는다.

이들은 대개 9만원짜리 금배지를 별도로 주문해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며 자신의 신분을 내보인다. 보통 모임이나 술집에 갈 때도 배지를 떼지 않는다. 배지가 사라진 것은 의정부지원 판사 금품수수 사건 이후. 일반인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판사출신 K변호사는 “사건의 발단이 변호사인 만큼 스스로 죄의식을 갖는 것 아니냐”고 배지를 떼버린 이유를 풀이했다.

하지만 서울지법 P판사는 “판사실에 변호사 신분을 가리고 드나들기 위해 배지를 떼는 변호사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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