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보증금과 권리금을 내도 점포 얻기가 어려웠던 서울 명동에 경기불황의 여파로 ‘일세’점포가 등장했다.
‘일세’점포는 주로 염가의 의류 화장품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명동에만 줄잡아 5백여개가 성업중.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하루나 며칠단위로 건물주에게 내면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도 임차할 수 있다.
명동에 12평짜리 액세서리 점포를 낸 서모씨(47)는 예상매출액의 약 20%인 4백만원을 준 뒤 보름 동안 가게를 빌렸다.
놀리는 가게를 임시로 빌려준다는 생각으로 건물주는 보증금도 받지 않았다고. 보름이 지나면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고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명동에서 40평 규모의 의류점포를 운영하던 최은희(崔銀熙·36)씨는 장사가 안돼 점포를 정리하고 남은 임차기간 동안 ‘일세’로 가게를 빌려주었다.
매장을 반으로 나눠 구두와 옷매장으로 내줬다.
인테리어도 하지 않은 채 1만원 미만의 상품으로 성업중이다.
최씨는 매일 저녁 가게에 들러 매출액의 20%인 70만∼80만원의 ‘일세’를 받아간다.
이런 일세점포들은 점포를 세내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보증금과 권리금 부담없이 가게를 빌릴 수 있고, 세를 주는 사람은 손해는 보지만 놀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서로 맞아떨어져 늘어나고 있다.
〈박윤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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