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보는 세상］한국 손톱깎이，보잉機 이겼다

‘보잉777과 손톱깎이777.’

지난 4년동안 한국의 손톱깎이 제조업체 대성금속과 ‘777’이란 상표의 소유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여온 미국의 세계최대 항공사 보잉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끈 이 상표분쟁은 결국 양쪽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대성측은 6일 미 보잉사와 777상표를 공동사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성의 경우 앞으로 777이란 상표밑에 ‘대성’이라는 영문을 표기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777’이란 고유 상표로 연간 7천만개의 손톱깎이를 생산, 전세계 수요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는 대성금속이 상표권분쟁에 휘말린 것은 94년 4월. 보잉사가 7―7시리즈를 비행기상표로 90년에 먼저 등록했다는 이유로 미 특허청이 상표권등록 불가판정을 통보한 때부터다. 보잉사는 이를 근거로 상표사용금지는 물론 로열티 지불까지 요구해 왔다.

보잉사의 일방적 승리로 돌아갈 것 같았던 이 분쟁은 그러나 대성측의 이의제기로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상표권제도는 선사용주의. 법적으로 보면 86년부터 미국수출을 해왔던 대성측이 보잉사로부터 로열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하지만 보잉사는 거대한 자금력을 동원, 계속적인 이의신청으로 시간을 끌며 법정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번 합의는 대성이 제시한 최종 중재안에 보잉사가 동의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재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