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보는 세상]얇아진 지갑탓 더치페이 확산

  • 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34분


몇년 전만 해도 일부 ‘짠돌이’족 사이에서나 통용되던 더치페이 문화가 IMF한파를 타고 직장인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더치페이란 여러 사람이 각자 자기 몫의 비용을 부담하는 계산방식.

삼성증권은 최근 제정한 사내 삼강오륜에 ‘더치페이의 생활화’를 아예 한 덕목으로 집어넣었고 모 건설회사의 사내 설문조사에는 78%의 직원이 더치페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을 가장 반기는 층은 회사내 간부급 상사들. 부하직원들과의 회식때마다 소위 ‘물주’ 노릇을 해야 했지만 요즘같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때에 내심 심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

홍보대행사 KPR의 박희균차장은 “부하직원들과 3천5백원짜리 점심을 먹고 5천원을 내면 거스름돈을 받을 때가 가장 멋쩍긴 했지만 이제 익숙해지고 보니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고백.

더치페이방식도 다양. 체면상 아무래도 부하직원들과 똑같이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사를 위해 직급별로 조금씩 더 내도록 하는 ‘누진제’나 월급날 일률적으로 일정액을 갹출해 점심기금으로 활용하는 ‘초미니 공제조합’ 등 아이디어도 만발.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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