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베벌리힐스’로 불릴만한 대표적 부촌(富村)으로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용산구 한남동, 종로구 평창동 구기동, 서초구 양재동, 강남구 청담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부촌은 언제 어떻게 형성됐을까, 일반 주택가에 비해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27일 정오경 성북동 주택가. 높다란 담이 길게 이어져 있고 골목별로 설치된 경비초소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눈에띄지않는다.이곳을 비롯해 대부분의 부촌은 공기가 맑고 전망이 좋은 산기슭에 위치해 있다. 식료품점 비디오대여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공통된 특징. 한 경비원은 “승용차로 드나들고 필요한 건 전화로 배달시키기 때문에 불편은없다”고 말했다.
▽성북동〓산자락에 있어 맑은 공기와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을 자랑하는 저택밀집지역. 구한말 의친왕의 별궁이었던 성낙원(城樂園·사적 378호)이 있을 정도로 좋은 터로 꼽혀왔으며 60년대초부터 고급주택가로 개발됐다.
풍치지구로 묶여 있어 대부분 2층 이내지만 대지 200평이 넘는 집이 대부분. 시세는 평당 500만원 남짓이지만 건축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상당수여서 매매가격을 단순 산정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자의 설명.
▽평창동 구기동〓북한산 자락에 고급주택과 빌라촌이 형성돼 있다. 특히 단독주택처럼 지은 집 10여채 안팎을 묶어 담을 둘러놓고 공동 경비를 앞에 세우는 방식의 ‘타운 하우스’가 많다. 강모씨(32)는 “나도 이 동네 주민인데 산책 나갔다가 다른 타운하우스 경비원이 ‘왜 얼씬거리느냐’며 신분증을 보자고 해 화가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주한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 S그룹 L회장의 집을 비롯해 저택 200여채가 밀집해 있다. 시세가 평당 1500만원을 호가하는데 대지가 200∼400평 안팎인 대가(大家)가 많다.
60년대 정부(주택공사)가 외국인 임대를 목적으로 본격 조성한옛 단국대부지 옆의 유엔빌리지는 입구가 하나인 별도의 섬처럼 돼 있어 보안이 철저하다. 500여가구가 들어서있다.
▽양재동〓횃불선교회관 주변에 30개동 200여가구의 고급빌라촌이 형성돼 있다. 전용면적 70여평 규모의 대형 빌라가 평지에 조성돼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개발돼 중진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 의사 기업체 임원 등이 많이 산다.
▽청담동〓신창원이 인질극을 벌였던 청담동은 80년대 중반이후 부자들이 모여든 서울의 신흥 부촌. 강남북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요지여서 근무처는 강북이지만 자녀는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도록 하려는 부유층의 수요가 많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
유력가문의 저택이 많았던 종로구 가회동이나 기업인이 많이 사는 성북동,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남동 등의 강북 저택촌에 비해 청담동 등 강남지역 부촌은 개인사업자와 전문직종사자 등이 많이 살고 있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