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가을바다로 바람이나 쐬러가자고 아내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김민수씨(36·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침 단잠이 못내 아쉬웠지만 눈 딱 감고 이부자리를 박찼다.
아내(이민아·33)와 아들(명수·8)는 벌써 나설 채비를 마쳤다.
오전 7시반 차를 몰고 대부도를 향해 출발했다. ‘씽씽’ 달려 수원IC를 거쳐 수원역에 오니 8시20분. 306번 국도로 접어들어 비봉 군포사거리를 거쳐 사강에서 309번 지방도를 탔다. 큰 길로만 달리니 곧 대부도와 제부도로 갈라지는 삼거리(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80㎞, 수원역에선 40㎞).
“이야 바다다.”
9시10분경 군인이 지키는 초소를 지나자 탁 트인 대부도 해안이 도로 왼쪽으로 펼쳐졌다.
물은 하늘에, 하늘은 물에 물들어 모두가 파랗다. 수평선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깊은 호흡으로 도시의 찌든 일상을 뿜어내고 둑위에 올라 셔터를 눌렀다. 오랜만에 찍는 가족사진이다. 다시 차에 올라 대부도 끝 방아머리 선착장을 향했다. 도로(대부도 입구에서 15㎞거리) 양옆은 따르느니 포도밭, 풍기느니 굵게 익은 짙은 포도내음.
대부도의 맑고 깨끗한 풍광(風光)속에서 자란 ‘대부포도’다.
이날 만조는 오전 9시.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방아머리 선착장 앞 바탕(개펄의 옛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도 입구 탄도 선착장에서 2천원씩 주고 산 호미로 바탕을 팠다. 바지락, 동죽과 ‘숨바꼭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속이 출출해졌다.
호미를 놓치 않으려는 아들을 달래 줄지어 늘어선 구이 전문점 중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개구이(3㎏에 1만5천원)를 시켜 아내와 가볍게 맥주 1병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1그릇에 4천원)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나란히 손잡고 해안을 산책하다보니 오후 3시. 간조(오후 2시48분)로 물이 밀려 오자 낚시꾼들이 등장했다. 선착장에서 산 간이낚싯대(2천∼3천원)는 주말 나들이객에게 아주 요긴하다.
본가와 처가에 선물할 포도 2상자를 사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반대편 길은 꽉 막혔네요.”
“늦잠 안자고 일찍 출발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구.”
새벽부터 부지런 떤 보람은 설친 아침 단잠보다 훨씬 컸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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