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귀순한 강성산 전총리의 사위 강명도씨(39)가 직접 봤다며 들려준 이야기다.
북한음식하면 역시 냉면이 으뜸. “감자가 흔한 함흥에서는 감자전분으로 면을 만들지요.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과는 면발이 다릅니다.”
강씨보다 네달 먼저 귀순한 여만철씨(52)의 설명이다.
이들은 최근 서울의 강남과 강북에서 각기 북한음식점을 차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사거리 동성제약건물 1층에 위치한 강씨의 ‘백두산 진달래관’. 사장은 부인 한국화씨(40). 중국 옌볜(延邊)대 교수며 소프라노 가수다. ‘주석궁 물만두’ ‘쇠고기사자(獅子)고추볶음’ ‘해삼볶음’…. 메뉴는 김일성부자의 상차림을 연상케했다. 사자고추란 ‘피망’의 북한식이름. 김정일이 사자처럼 생겼다고 해 붙여졌다고.
이 집의 간판격 음식은 ‘진달래냉면’(6천원). 평양과 함흥식을 혼합해 ‘남한사람들’ 입맛에 맞게 개발한 냉면이다. 조리사는 30여년간 옌볜에서 냉면가게를 운영했다는 한국화씨 이모와 언니. 새콤 담백한 육수는 식초 겨자를 넣지 않고 그냥 그대로 즐겨보자. 찹쌀순대와 함께 내놓는 누런 소금도 독특하다. “주석궁에서 보니까 소금에다 콩과 깨를 곱게 갈아 곁들여 넣더라구요.” 주석궁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다.
여만철씨가 올 5월에 차린 북한음식점 ‘발룡각’은 서울 중랑구 면목3동의 단층한옥에 있다. 서민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식당이름만 보고 중국음식점으로 착각해 자장면을 배달시키는 사람도 있었지요. 고향(함흥)에 있는 발룡산이 그리워 붙인 이름입니다.” 조리는 부인과 막내아들 은용씨(21)가 맡고 있다. 주요 메뉴는 ‘함흥생활 48년 냉면’(4천5백원). “‘원조’라는 말을 쓰고 싶지만 지금까지 원조라고 불렸던 식당주인들에게 누를 끼칠까 싶어 이렇게 붙였다”는 설명이다. 감칠 맛 나는 시원한 육수의 비결을 묻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실향민들이 ‘바로 이게 고향의 맛’이라고 칭찬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감자만두 왕만두 만두전골 순대도 인기메뉴. 25일부터 내놓은 만두국밥(4천원)에는 IMF의 고단한 삶이 담겨 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메뉴입니다.”
금강산 관광으로 실향민의 가슴앓이가 그 어느해 보다 심해질 올 한가위. 귀순동포의 손맛이 진한 본토박이 냉면으로 향수를 달래보면 어떨는지….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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