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은 사람들은 이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시원하게 뚫린 시내도로, 한가하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남산순환도로와 스카이웨이, 넉넉한 주차공간….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한 흥분도 느낄 수 있다. 비록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되고 하루 이틀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서 동아일보 수도권 취재팀은 서울에서 맛있는 집으로 소문난 3백여 식당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올 추석연휴에 문을 여는지 알아보았다. 조용한 서울을 맛집에서 맞으려는 시민들을 위해서다.
그 결과 연휴에도 문을 여는 식당 18군데를 알아냈다. 가장 대중적인 곳은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의 ‘청일옥’과 ‘청진옥’. 24시간 푹 고아낸 쇠뼈국물에 소양지머리 소내장 선지를 듬뿍 넣고 우거지 콩나물과 함께 뚝배기에 담아 주는 해장국을 먹다보면 숙취는 절로 해소된다. 해물과 야채국물이 어우러져 시원한 맛을 내는 ‘삼거리식당’(중구 중림동)의 해물탕도 일미. ‘백제해물낙지’(송파구 방이동)는 한우갈비와 산낙지에 밤 대추 인삼 죽순과 약재류를 넣고 함께 끓인 ‘갈낙’이 일품이다.
‘대림정’(중구 필동)은 어복쟁반이 자랑. 쇠고기의 차돌박이와 양지가 재료인 어복쟁반은 일본에까지 소문난 음식.
용산구 후암동 소방서 옆의 ‘산촌’은 취나물 도라지 고구마순 무나물 미나리 숙주 버섯등이 오르는 산채백반집. 산사의 식사를 연상시킨다.
널찍한 마당에 초가와 물레방아, 연못 폭포 등으로 꾸민 ‘삼원가든’(강남구 압구정동)은 정평난 정원스타일의 갈비집. 지난 4년간 미국의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석권해온 박지은양(19)이 이 집주인의 둘째딸.
도산공원옆 씨네하우스 건너 도로변의 ‘신사면옥’(강남구 신사동)은 순수한 고구마 전분을 제주도에서 직접 수송해와 손반죽으로 뽑아낸 면발로 냉면을 만든다. 화학조미료를 가미하지 않은 육수도 자랑거리.
‘진상’(강남구 청담2동)은 메뉴관련 특허만 6가지를 보유한 샤브샤브 요리 전문점. ‘평창 장국밥’(서초구 반포1동)은 옛 시골장터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구수한 장국밥 맛이 일품이고 성내동 둔촌아파트 건너편 먹자골목 안에 있는 우리설렁탕(강동구 성내3동)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대중적인 식당이다.
‘광양 불고기’(송파구 잠실본동)는 불고기 맛으로는 한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전남 광양사람들의 자존심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식당. 한우 암소고기만을 엄선해서 그들만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장에 구워낸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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