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맛집/두부음식]서민 사로잡던 「단백질 寶庫」

  • 입력 1998년 10월 9일 19시 10분


아침 저녁 쌀쌀한 기운이 가득한 가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내는 순두부찌개, 돼지뼈를 고아 넣은 구수한 콩비지, 양념간장만 뿌린 담백한 손두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사(情事) 뒤엔 두부가 최고’라고 다소 엉뚱한 두부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식물성 단백질과 칼슘이 많아 노화방지는 물론 골다공증 예방에도 손꼽히는 음식이다.두부는 콩을 맷돌로 갈아 찌꺼기를 걸러낸 뒤 응고시켜 만든다. 이때 응고제로 쓰는 간수에 따라 두부의 맛이 달라진다. 올가을 찾아봄직한 두부음식 명가를 소개한다.

▼원조 할머니 두부집(02―379―6276)〓주인 유봉준씨(65·여)는 96년 전통문화보존회로부터 전통문화보존 명인장을 받은 ‘두부의 명인’. 14년째 매일 새벽 직접 두부를 만든다. 간수는 경기 강화의 염전에서 가져오며 콩은 요즘 갓나온 신토불이 햇콩을 쓴다. 이곳 두부 맛은 ‘밋밋’하고 촌맛이 난다. 외양도 투박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은 월등하다. 두부찌개(2인분 8천원)와 순두부찌개(4천원)가 주종이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호박 무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두부젓국백반(4천원)도 별미다. 양념간장을 뿌려 먹는 두부부침(1모 2천5백원), 두부 사이에 돼지고기를 넣어 부친 두부고기(5천원)도 인기. 주말 늦은 시간에는 두부가 동난다. 서울 구기터널(세검정 방면) 앞 50m지점의 인왕빌딩 2층. 주차공간(10대)이 부족한 게 흠이다.

▼강릉 옛날집(02―544―5196)〓짭조름하면서 고소한 두부 맛이 특징. 강릉 앞바다의 동해청정해수가 그 비결이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 두차례 만들어 두부가 늘 신선하다. 콩은 전라 강원도 산지농가와 직계약해 조달. 상차림도 독특하다. 개별메뉴 주문을 받지 않고 한상차림으로 낸다. 콩비지 순두부 모두부 두부부침은 고정메뉴이고 여기에 두부조림 혹은 두부탕 등 별미 두부요리가 날을 바꿔가며 오른다. 정식(1인분)은 1만5천∼3만원이며 점심특별상(1만원)도 있다. 한 가족이 1만5천원짜리 상(1인분)을 주문해도 한 상 그득 나온다. 두부는 무제한으로 더 주며 사갈 수 있도록 포장(1모 5천원)도 해준다. 두부모는 보통의 두배 크기이며 입자가 부드러운 게 특징. 50대 이상 주차 가능.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 사거리 아미가호텔 뒤. 화려한 외양이 왠지 발길을 부담스럽게 하는 게 흠.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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