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일식당 ‘클럽 스시’. 이곳은 이름부터 종래의 일식당과 차별된다. 8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스시바’의 컨셉트를 응용한 식당. 그래서 이름 앞에 ‘아메리카 스시바’가 붙었다.
그 특징은 이렇다. 우선 초밥을 낱개(2개씩)로 주문할 수 있다. 또 곁들이 안주(쓰키다시)도 없다. 생선초밥 낱개 가격은 ‘이름난’ 일식당에 비하면 20∼30% 저렴하다고. 유행감각을 살린 인테리어도 특색 있다.
클럽 스시 사장 이재봉(李在峯·39)씨는 굳이 정통 일식당을 흉내내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음식이라고 꼭 일본풍의 실내에서 먹어야 맛이 날까요. 고객은 엄연히 한국 사람인데….”
이 식당의 자랑은 20대 후반의 젊은 조리사들. 이 중 남경표(南庚杓·28) 이언수(李彦秀·26) 이종환(李鍾煥·26)씨는 일본 2대 명가 요리학교로 불리는 핫토리(服部)요리학교 출신이다. 팀장인 남씨는 개교 이래 최초로 수석졸업(96년)한 외국인 요리사.
그런 젊은 조리사들의 요리는 사뭇 도전적이다. 남씨는 “우리 입맛에 맞는 일본음식을 만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본토에서 ‘정통’ 음식을 배우고나니 그제야 해답이 나오더군요”라고 말한다.
달짝지근한 일본식 계란말이를 담백하게 만든 것이나 디저트도 달지 않은 치즈케이크를 올리는 것은 그같은 미각연구의 결과. 그렇다고 클럽 스시의 모든 음식이 일본과 한국의 혼합식은 아니다. 대부분은 정통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지냈던 사람까지도 일본에서 맛보던 것과 똑같다며 젊은 조리사들의 솜씨를 칭찬한다.
이씨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관련, “문화란 입맛에 맞아야 먹게 되는 음식처럼 정서에 부합돼야 교류되는 것”이라며 “일본음식을 서구적 분위기의 식당에서 한국인 조리사의 손맛과 곁들여 먹는 클럽 스시처럼 일본 대중문화도 정부나 단체가 우리 정서에 맞게끔 잘 요리해 주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오픈. 간판이 작아 지나치기 쉬운 게 흠. 초밥 두개에 3천2백∼4천5백원. 8개의 생선초밥과 2개의 알초밥, 2개의 김말이가 오르는 세트메뉴 ‘클럽스시’는 2만7천원이다. 02-511-2209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