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따뜻한 사랑방 아랫목에선 시루에 볏짚을 꽂은 청국장이 이불을 뒤집어쓴 채 끈끈한 진을 내며 한가롭게 익어가게마련.
‘쿰’한 냄새가 역겨워 코를 쥐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 퍼온 햅쌀밥에 햇콩으로 잘 띄운 청국장으로 끓인 찌개를 끼얹고 고추장 한 숟가락 넣어 참기름 넣고 비비면….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돈다.
청국장의 역사는 1천3백여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옛 고구려 땅이었던 만주와 발해에서 말 달리며 살던 우리 조상들. 말안장 밑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먹던 삶은 콩이 말의 체온(37∼40도)으로 자연 발효된 ‘시’. 이것이 지금 청국장의 원조다.
한국청국장연구소 이범권(李範權)소장의 설명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청국장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부탄 일본에까지 퍼져 동남아시아에 청국장 음식 문화권을 형성시켰다. 간장 고추냉이 날계란을 넣어 비벼먹는 일본의 나토(納豆)도 청국장의 일종이다. 매년 7월10일은 ‘청국장의 날’로 정할 만큼 청국장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냄새 없이 청국장 잘 끓이기로 소문난 집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맞은편 ‘진주 청국장’(02―785―6918∼9)이 있다.
경남 진주의 시골집에서 시루항아리에 베를 덮고 띄운 청국장이 매달 1백60㎏씩 올라온다. 발효시킨 뒤 하루 정도 지날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냄새 제거의 비결.
진주에서 ‘뒤포리’라는 이름으로 파는 밴댕이를 밤새 곤 담백한 국물에 재래간장으로 간을 한다.
청국장 찌개과 함께 따라나오는 갈치식해 알찜 멸치젓 백김치 등 13가지 밑반찬도 입맛을 당긴다. 1인분 7천원.
국회가 열리는 날이면 덩달아 바빠질 정도로 의원과 보좌관들이 자주 찾는다. 10대 정도 주차 가능. 일요일은 쉰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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