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맛집]비원떡집-호원당

  • 입력 1999년 3월 26일 19시 15분


아기가 태어난 뒤 삼칠일이 되면 가족들끼리 나눠 먹던 백설기. 백일과 돌 때 이웃과 나눠 먹던 붉은색의 찰수수경단. 결혼 초례상에 오르는 달떡과 색떡. 회갑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각종 절편.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시루떡 진설….

떡은 이처럼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 온 음식이다. 최근 있었던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출품된 떡만도 2백여종이 넘을 정도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 근처에 있는 ‘비원떡집’(02―765―4928)은 단골들이 주로 찾는 집이다. 간판도 없다.

이 떡집 주인 홍간난할머니(72)가 직접 만드는 쌍개피떡(개당 6백원)과 각색편의 맛은 누구도 그 맛을 따라올 수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쌍개피떡은 쑥떡과 흰절편을 붙여 만드는 것. 떡고물 대신 대추 밤 등을 얹고 시루에 쪄내는 각색편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지만 알록달록한 색깔도 보기좋아 잔칫날 많이 사용된다.

홍할머니는 “이젠 힘이 부쳐 떡을 많이 만들기가 힘들어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지만 40년 단골들의 성화에 못이겨 계속 절구방아를 들고 있다.

53년 이화여대 앞에서 문을 연 호원당(02―363―0855)은 조선시대 고종이 즐겼다는 두텁떡(개당 1천원)이 유명하다. 호원당의 맛은 조선 순종황후인 윤대비와 이종사촌간인 조자호할머니가 궁중의 비법을 그대로 물려받아 3대째 이어지고 있다. 두텁떡은 팥을 찐 뒤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6∼7시간 볶아낸 가루를 떡고물로 쓰는데 바로 이 떡고물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비법.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분점(02―511―0855)이 있다.

떡집이 밀집한 서울 낙원상가에 있는 ‘원조낙원떡집(02―732―5579)’의 맛도 독특하다.

낙원떡집의 명물은 다섯가지 고물을 쓰는 오색경단. 이 중에서도 새알 반죽에 밤채 대추채 파란콩 노란콩을 박아 끓는 물에 삶았다가 찬물에 넣어 건진 고물로 만드는 오색경단이 으뜸으로 꼽힌다. 오색경단 한말에 10만원.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