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옛도심의 재발견/골목길 맛집 ‘별난집’ ‘스마일떡볶이’

  • 입력 2007년 4월 11일 06시 53분


‘세월은 흘러도 맛은 변하지 않았어요.’

1970, 80년대에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은 대부분 기억하는 동구 중동 아카데미영화관 골목길의 ‘별난집’과 ‘스마일떡볶이’.

‘이북 아줌마’ 장순애(68) 씨와 유재만(54) 씨가 1978년과 1981년에 각각 문을 연 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거의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바뀐 게 있다면 당시 좌석을 가득 채웠던 교복 차림의 학생들 대신 중년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점. 이들은 “추억을 먹으러 이곳에 온다”고 말한다.

○ 별난집(042-252-7761)

동구 중동 동방마트와 아카데미영화관 사이 골목길에 위치한 두부 두루치기집 별난집의 주인은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장 씨. ‘1·4 후퇴’ 때 월남해 인천과 서울에서 장사하다 대전으로 온 뒤 두부와 인연을 맺었다.

20평 남짓한 가게 안에는 개업 때 사용한 나무식탁이 그대로 놓여 있다. 세월의 무게를 말해 주듯 표면이 반질반질하다.

벽에 걸린 호랑이 그림, 계산대로 쓰이던 나무책상, 마늘 술과 탱자 술도 30년 전 그대로다.

“옛날 서방님 밥상 차리는 기분으로 음식 만든 게 전부디. 뭐 있갔어?”

메뉴는 세 가지. 두루치기와 녹두지짐, 북어찜이 전부다.

두루치기는 아침부터 정성껏 끓인 육수에 두부를 손바닥만 하게 썰어 넣고 대파와 쫄면, 당면, 부추에 고춧가루와 참기름 양념으로 걸쭉하게 끓여낸다.

별난집은 연인들에게는 밀회 장소로, 운동권 학생들에게는 시국토론의 장이었다.

최근에는 30년 전 단골손님인 교사 출신 이영오(56) 씨가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오기도 했다.

“이 장사로 남매를 다 키웠으니 후회는 없어. 이제 자식을 두고 떠나는 건 아쉽지 않디만 별난집을 놓고 떠난다면 아쉬울 끼야.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갔디?”

○ 스마일떡볶이(042-223-8852)

“하루에 500명쯤 다녀갔으니 30, 40대라면 우리 집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

스마일떡볶이는 1980년대 초 정부에서 펼치던 ‘스마일운동’을 본뜬 이름.

사장 유 씨가 결혼 초인 28세에 문을 연 뒤 바로 옆 골목 지금 장소로 옮겨 왔다. 상호 앞에 ‘추억’이라는 말도 덧붙었다.

가느다란 떡에 양배추 한 줌, 당면과 오뎅, 만두, 라면, 삶은 계란, 파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 내놓는 맛이 예전과 다를 바 없다. 반찬은 설탕과 식초 물에 담근 투박한 무 깍두기와 단무지가 전부.

포크 모양의 숟가락은 떡볶이를 먹기 쉽도록 유 씨가 철공소에 맡겨 직접 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스마일 포크스푼’이라 불리기도 한다.

“떡볶이 집에서의 미팅, 상상이 갑니까?”

그러나 당시엔 학생들이 너무 밀려 인근에 가게 두 곳을 더 열기도 했다.

“얼마 전 서울에 산다는 40대 아주머니가 ‘옛날 맛이 그립다’며 떡볶이를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재료를 담아 택배로 보내 준 적이 있어요.”

7000원어치 2인분을 보내면서 택배비 4000원은 유 씨가 냈다.

“문을 닫으려 해도 옛날 추억을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닫을 수가 없네요.”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대전 원도심 지역 중 신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멋이나 맛, 재미로 소개할 만한 곳이 있으면 제보(mhjee@donga.com)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리즈는 매주 수,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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