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옛도심의 재발견/중구 옛 대전여중 앞 대흥탁구장

  • 입력 2007년 5월 16일 06시 54분


“아직도 탁구장이 있네요?”

“그냥 합니다.”

13일 물어물어 찾아간 기자의 질문에 대전 중구 대흥동 옛 대전여중 앞에서 10년째 대흥탁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원복(50) 씨는 싱겁게 대답했다.

56평 공간에 탁구대 4개가 나란히, 그리고 1개는 옆으로 놓여 있다. 그중 한 곳에서 20대 중반의 남자 3명이 탁구를 치고 있다.

한쪽의 매서운 서브에 2.7g 주황색 공이 돌연 사라진다. 드라이브로 받아 넘기자 녹색 탁구대 오른쪽 코너에 꽂힌다.

“탁구장이 완전히 없어진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주인 이 씨는 “무슨 말씀이세요. 중구에만 아직 4개 정도가 있어요”라며 펄쩍 뛰었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현정화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탁구장엔 손님이 넘쳤다. 게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자 전국이 탁구 열기로 들끓었다.

“당시엔 아침부터 손님이 밀려 청소할 시간조차 없었다더군요.”

이 씨는 부러운 듯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손님이 뜸하다. 그나마 저녁에 1차로 식사를 마친 뒤 2차 술 내기를 하러 오는 팀이 많은 편. 이들은 대부분 1970,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40대다.

이처럼 사람들이 탁구장보다는 노래방 PC방 비디오방 등에 몰리는 판에 면적만 넓게 차지하고 값도 싸 수익성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이곳을 그는 왜 10년씩이나 고집하고 있을까. 이 씨는 “사람들이 땀 흘리며 운동하면서 즐거워하면 그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비록 큰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이 같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솔직히 탁구 치는 것조차 몰라요. 30분 이상 치는 것도 볼 수 없고요.”

그래서 이 씨는 20분짜리를 신설했다. 비용은 2000원. 30분에 3000원, 1시간에 5000원을 받는다. 또 실력이 ‘유남규 선수 못지않다’는 이 씨는 이들에게 개인 레슨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씨는 탁구는 오락이 아니라 운동이라는 신념이 확실하다. 탁구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절대 금물.

군대를 마치고 복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손님 박준희(23) 씨는 “초등학교 때 두세 번 쳐보고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렇게 땀 흘려 운동해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박 씨를 탁구장에 데려왔다는 친구 김남호(23) 씨는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서로 어울릴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비록 한물간 듯하지만 탁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이 씨에게서 강습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동네나 직장마다 동호회도 많다. 대전 중구청 탁우회도 이곳을 이용하는 동호회 중 하나. 이 때문에 보문산 밑의 보문탁구장(042-257-4981)과 옛 대전대한방병원 앞에 있는 행복탁구장(042-255-1155) 등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웰빙 웰빙 하는데 웰빙엔 운동이 필수지요. 그런데 언제 어디서든,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이 그리 많지 않잖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탁구’라는 이 씨는 왔다 갔다 하는 탁구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탁구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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