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4>대전역

  • 입력 2007년 7월 13일 07시 00분


1959년 한여름 밤. 대전역에 서 있던 한 사내의 시선이 플랫폼 가스등 아래에 멈춘다. 목포로 떠나는 대전발 0시 50분 증기기관 열차가 기적을 올리며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청춘남녀는 꼭 껴안은 채 이별의 아픔을 달랜다. 마침내 남자는 말없이 열차에 오른다.

이를 보던 또 다른 사내가 곧바로 종이에 시상을 적는다. 그가 최치수 씨다. 그 시에 김부해 씨의 곡이 더해져 불후의 명곡 ‘대전블루스’가 탄생한다.

지금도 대전역 부근의 허름한 선술집에서는 이 노래가 여지없이 흘러나온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부르는 사람이 안정애 씨에서 조용필로 바뀌었다는 것.

대전역은 그만큼 대전시의 역사와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동, 정동, 원동 등 역 주변은 거리 자체가 온통 ‘민속 박물관’이다.

하루 짬을 내 자녀들의 손을 잡고 대전역과 광장 한쪽에 서 있는 노래비, 역전시장, 그리고 인쇄·한의약·한복거리를 둘러보고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고픈 배를 채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성화 거리=1905년 1월 1일 경부선 개통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대전을 오늘의 행정, 과학, 군사, 교통의 요충지로 탈바꿈시켰다. 역이 삼남의 교통 요지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상권도 형성됐다.

그중 하나가 중동과 정동 일대의 한의약거리. 경상도와 전라도 한약재가 집결하면서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전국의 3대 한의약거리로 성장했다. 현재 이곳에는 100여 개의 한약재 도소매상과 한의원, 탕재원, 건강원 및 한약을 환(丸)으로 만들어 주는 제분소가 밀집해 있다.

정동과 삼성동 일대에는 400여 개 인쇄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다. 국내 최대 족보박물관인 회상사도 이곳에 있다.

중앙시장 쪽에는 한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거리에 한복가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중 피란 온 실향민 아낙네들이 생계를 위해 옷가지를 만들어 좌판에 내다 팔면서부터다. 한복가게 주인들은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어서 최고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한다.

동구청과 중앙시장연합번영회는 이 같은 코스를 탐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통의 먹자골목=거리 구경을 끝낸 후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찾으면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대전역 옆 역전시장 안에는 1000원짜리 선지국밥을 비롯해 곤계란집이 있다. 야채도 판매된다. 햇옥수수 5개가 1000원이다.

중앙시장 안에 있는 먹자골목은 대부분 30년 이상 된 집이다.

이모집과 대동집은 소와 돼지껍데기에 고추장 등 갖은 양념을 해 볶아 내놓는 수구리가 일품이다. 수구리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잔치국수로 마무리를 하면 좋다.

대전천 쪽 중앙시장 입구에는 33년째 튀김만을 만들어 파는 ‘홍을네튀김’이 있다. 주인 조정자(66·여) 씨가 한자리만을 고수해 왔다. 일손이 모자라 지금은 조카 최상호(63) 씨와 동서 이창애(52·여) 씨가 합세했다. 하루 손님만도 1000명. 푹 익은 김치를 줄기째 넣고 팬에 지진 1000원짜리 김치전이 일품이다.

인쇄거리에 있는 신도칼국수 본점과 50년 전통의 한밭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도약=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대전역 주변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옛 역사가 철거되고 철로 위로 지상 4층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역 동편으로는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입주하는 지상 28층, 지하 4층짜리 대형 철도기관 쌍둥이 빌딩이 2009년까지 지어진다.

지하철 이기하 대전역장은 “대전시는 철도공동사옥 건립에 맞춰 중동, 정동, 소제동, 원동 등 역 주변 50만여 m²에 대한 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대전역 주변은 한 세기 만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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