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6>중구청역

  • 입력 2007년 7월 27일 06시 37분




“이제 충청남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으며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이제부터 대전은 큰 도약을 할 것이며….”

1932년 10월 1일 낮 12시 지금의 대전지하철 중구청역 인근인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도청 이전 기념식에서 우카키 이세이(宇垣一成) 조선총독이 한 기념사의 일부다.(변평섭 충청투데이 회장의 ‘실록 충남 반세기’ 인용)

나중에 대전시민의 날로 정해진 이날 대전은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 대전시민 체육대회가 제1보통학교(옛 원동초등학교)에서 열렸고 모든 극장은 무료로 개방됐다.

대전은 도청이 이전해온 지 두 달 만에 인구가 1만2000여 명에서 2만30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때 화려한 관가(官家)의 거리=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것은 철도 때문. 공주의 반대로 경부선과 호남선이 모두 대전을 경유하면서 대전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공주시민들은 뒤늦게 도로에 구멍을 파거나 돌을 쌓아 올려 도청 이사를 방해하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대전역(경부선)과 서대전역(호남선) 사이에 있는 현재의 중구청역 주변(선화동과 대흥동)은 최대의 관가이자 도심으로 발전했다.

이 지역은 1991년 도청 산하의 충남도경찰국이 충남지방경찰청으로 분리되고 1988년 대전시(당시 대흥동)가 광역자치단체로 승격돼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대흥동 테미고개 주변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관사촌은 당시의 영화(榮華)를 보여 준다.

▽문화 및 공원지구로 개발=관가의 거리는 앞으로 문화 예술의 거리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청이 1999년 신도심으로 이전하고 충남도청도 2012년까지 예산-홍성으로 옮아가면서 충남지방경찰청도 이전할 계획이라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전시와 중구청은 충남도청 본관을 박물관으로, 그 밖의 도청 터는 시민들의 쉼터인 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중구청은 중구청역 인근 옛 대전MBC 뒤편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해 2010∼2012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대흥동 중구청길 건너편에는 화랑 등 문화시설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기로 했다.

▽공원과 국악원, 저렴한 먹을거리=중구청역 주변에는 작고한 임윤수 선생이 1981년 국악의 보전과 연구 등을 위해 개원한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옛 대전시민회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연간 100여 회의 연주회와 각종 국악기 강습이 열린다.

봄철에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테미공원과 대전시민의 친구 같은 쉼터인 보문산도 멀지 않다.

관가의 거리인 만큼 값싸면서도 맛좋은 음식점들이 적지 않다. 버섯찌개와 엄나무 백숙 등이 일품인 한양버섯칼국수와 질 좋은 고기를 자랑하는 타향골식당, 전라도식 백반 음식점인 골목식당, 추어탕 명가인 영순옥과 남원추어탕 등이 고객들로 붐빈다.

도청 주변의 나룻터식당은 20년 전통의 콩나물탕으로 유명하다. 특별 주문해 공급받은 콩나물에 북어, 바지락, 청양고추, 마늘을 넣어 끓인 국물이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1988년 문을 열었다는 주인 유인순(61) 씨는 “도청에 출장 왔다가 들른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서울에 와서 장사하라고 난리”라며 웃었다.

중구청역은 견학역사로 지정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면 승차권 발매와 지하철 운행 상황, 역무원의 역할, 탑승 요령 등을 설명해 준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역무운영팀(042-539-3214)이나 중구청역(042-226-3106)에 신청하면 중구청역지하 1층 이벤트홀을 무료로 대관받아 전시회를 열 수도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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