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하철 갑천역은 22개 역 중에서 ‘대전의 허파’라 불리는 월평공원과 갑천에 가장 가까운 역이다. 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갑천이 나타나고 드넓은 잔디밭 둔치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의 맛깔스러운 음식점도 곳곳에 있다.
▽갑천역은 ‘웰빙 역’=대전시사편찬위원회가 낸 ‘대전지리지’에 따르면 갑천의 근원은 세 곳. 계룡산과 대둔산, 그리고 충남 금산군에서 나온 물이 합류해 금강으로 흐른다. 길이 35.6km로 대전 3대 하천 중 가장 길다.
갑천(甲川)이라는 이름은 금강 지류의 우두머리 천이라 해서 붙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잘 정리된 조깅코스와 둔치 잔디공원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다.
갑천을 가로질러 유성구 쪽으로 연결되는 징검다리는 150개의 돌로 만들어졌다. 야간이면 더욱 화려해지는 유성의 불빛을 배경으로 연인과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보면 어떨까.
갑천역(042-476-3115)에 준비된 자전거를 빌려 가을 공기를 가르며 갑천변을 달려 보는 것도 상큼한 경험이 될 듯.
▽실속의 패션월드=역 주변에는 큰 상가가 없고 단독주택들만 밀집돼 있어 한산한 편. 지하철 이용객도 하루 평균 700∼800명에 불과해 더욱 한산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2번 출구 쪽에 있는 유럽형 정통 아웃렛 의류 매장 패션월드가 더욱 돋보인다.
제조업체가 유통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영 체제로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162개 매장이 유명 브랜드 재고품을 50∼70%까지 할인 판매한다.
내부 시설이 유럽풍으로 여유 공간이 많고 쾌적한 게 특징. 중부권에서는 유일하게 ㈜한섬의 ‘마인’ ‘타임’ ‘시스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2층에는 15개의 골프의류 매장이 있다. 계룡로 변에 있는 성심효사랑병원(원장 서웅길)은 올 3월 종전의 성심병원을 전면 개보수해 노인전문 병원으로 변신했다. 250개 병상에 각종 진료시스템을 갖췄다. ▽70년 원조냐, 60년 전통이냐=패션월드 옆 해장국 골목에는 순대국밥집 2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주보고 있는 돼지집(042-471-2009)은 ‘60년 전통’을, 천복순대집(042-489-1090)은 ‘70년 원조’를 내세운다. 그러나 주 메뉴인 순대국밥은 파와 고추를 새우젓에 버무린 양념장, 들깨, 밑반찬 등에서 서로 구별이 안 될 만큼 비슷하다. 결국 주방과 화장실의 청결도, 종업원의 친절도 등이 승패를 가를 듯.
근처 청진동보리밥숯불제육구이(042-472-5227)에서는 양숙자(71·여) 씨의 손맛을 볼 수 있다. 양 씨는 대전에서 한때 유명했던 금난한정식을 15년 동안 운영해 대전판 ‘장금’이라 불린다. 7년 전부터 패션월드 옆 큰길가에서 장사하다 최근 바로 뒷골목으로 이사했다. 나물과 고추장에 비벼 먹는 보리밥도 좋지만 양념한 돼지고기를 참숯불에 구워 낸 제육구이가 이 집의 자랑. 보리밥 4000원, 제육구이 1만2000∼1만7000원.
월평초등학교 근처의 동소예생선구이백반(042-487-3092)은 삼치, 꽁치, 굴비, 고등어를 연탄불에 구워 내놓고 있으며 촌돼지(042-484-8931)는 전북 임실군의 고기만을 사용한다고. 갑천역 최양수(60) 역장은 “주말이나 휴일 먼 곳으로 갈 것 없이 갑천역에서 홀가분하게 내려 갑천 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맛깔스러운 주변 식당을 찾아보라”고 자신 있게 권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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