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갈비-오리요리 ‘미각 기행’
‘새여울’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이는 대전 대덕구 신탄진(新灘津)의 옛 우리말 이름이다. 옛날에 홍수로 갑천 물줄기가 대덕구 문평동(대전 제3공단 지역)에 이르러 바뀌면서 새로운(新) 여울(灘)과 나루터(津)가 생긴 데서 이 이름이 비롯됐다고 ‘대전 지명지’는 전한다.
이후 ‘새여울’은 ‘새일’로 축약됐다. 신탄진 일대에 새일유치원, 새일초, 새일고 등 ‘새일’이 붙은 이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대전시내버스 703, 704, 704-1, 708, 724번은 새여울로 가는 노선이다.
▽사라진 ‘신탄진’ 명칭=행정구역상으로 이제 ‘신탄진’이라는 말은 거의 없다. 신탄진읍이 대전시로 편입되면서 석봉동으로 바뀌었기 때문. 하지만 지금도 시민들에게는 ‘신탄진’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신탄진역이란 이름도 그대로 쓴다.
충북 청원군과 금강을 사이에 둔 이 일대의 신대동, 을미기공원 등도 대부분 물과 연관돼 있다. 그래서인지 “신탄진의 성쇠는 물(水)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한국수자원공사 본사가 있고 정수장과 대청호, 대청댐이 나온다.
703번과 704번 좌석버스는 10∼20분 만에, 724번은 약 10분 만에 한 대씩 운행한다.
▽신탄진 5일장=대도시에 남은 몇 안 되는 5일장이다. 3과 8로 끝나는 날이면 신탄진역 앞에서 대덕특구 방면의 굴다리까지 1km 정도 길게 장이 열린다. 원래는 현재 공단이 있는 문평동 일대에서 열렸으나 1925년 장마로 마을이 떠내려가자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장의 역사가 80년을 넘어선 셈이다. 여름에는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성업을 이룬다.
노선 중간 정도인 읍내동 현대아파트 정류장 바로 앞에는 조선시대 고택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제월당과 옥오재가 있다. 조선시대 문신 송규렴이 1653년(효종 5년) 문과에 급제하고 성균관 삼사의 언관을 지내다 물러난 뒤 학문에 열중한 곳이다. ▽고품격 오리집과 ‘띠울석 갈비’=대한통운 삼거리에서 계족산 죽림정사 쪽으로 5분쯤 가다 보면 눈에 확 띄는 3층 레스토랑이 나온다. 포르투갈어로 ‘맛있는 이야기’라는 뜻의 ‘꽁뚜’다. 3층짜리 현대식 레스토랑이지만 주 메뉴는 베이징카오야(북경오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둥근 계단 그리고 맑은 공기와 확 트인 전경이 일품이다.
북경오리를 주문하면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요리사가 직접 화덕에 구워 내온다. 죽과 모둠야채-북경오리-오리완자-메추리알빈대떡-쌈약초무침-영양찰밥-후식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다. 2인분 3만4000원, 4인분 6만3000원. 사이드 메뉴도 다양하다. 주변에 꾸며 놓은 쉼터와 작은 호수, 잔디밭 그리고 미술품 등에서는 이길자(46·여) 사장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042-483-9999
한국수자원공사 정문 앞에 위치한 ‘띠울석 갈비’(627-4242)는 참나무 숯과 돌그릇으로 구워낸 소갈비와 돼지갈비 맛이 일품이다. 띠울석 갈비가 대전 고유 브랜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띠울’ 마을이 고향인 박종우(57) 씨가 처음 시작했다고. 이곳은 박 씨의 친척인 고순자(46·여) 씨가 1995년 대전 5개 판매점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다양한 양념에 키위, 파인애플주스 등을 첨가하고 센 숯불에 구운 뒤 돌그릇 위에 팽이버섯, 양파, 피망, 양송이버섯 등과 함께 내놓는다. 소석갈비 1만7000원, 돼지석갈비 8000원.
부부가 함께 충북 괴산지역 산에서 채취한 버섯과 고사리 등을 이용해 버섯전골과 조기매운탕, 민물새우탕을 내놓는 ‘산골짜기’(932-0743·과선교 근처)도 인기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신흥 주거지역으로 자리 잡은 선비마을과 주변 먹을거리촌을 둘러보는 715번 노선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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