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지역을 일컫는 북촌(北村).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전통공예의 메카였다.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던 ‘경공방(京工房)’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10여 년 전부터 전통공예 장인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북촌을 찾게 되면 한옥만 휙 둘러보지 말고 공방을 찾아 전통공예 한 가지를 배워보자. 기자도 아이를 데리고 북촌을 찾아 직접 손맛을 느껴봤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전통공예체험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자 널찍한 한옥이 반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종로구가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총면적 145.9m² 규모의 상설 전시체험관이다. 지역 공예인들이 돌아가면서 상주해 사전예약 없이 찾아가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요일마다 체험 프로그램이 다르다. 기자가 찾은 화요일에는 한지보석함, 닥종이인형, 청사초롱과 버선을 만들 수 있다. 아이의 선택에 따라 먼저 한지공예를 체험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합지 상자에 한지를 붙여 보석함을 만드는 것. 한지도 보석함 크기에 맞춰 미리 재단해 놓았다.
“한지를 한번 만져보세요. 한 면은 부드럽고 반대쪽은 다소 거칠죠? 거친 면에 붓으로 풀을 고루 칠하면 됩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풀칠을 시작했다. 상자에 잘 붙으라고 손으로 한지를 빡빡 문질렀다. 선생님이 기겁을 한다. “그렇게 하면 보풀이 일어나니까 신문지를 위에 덧대고 문질러 주세요. 꼼꼼하게 잘 눌러줘야 한지가 들뜨지 않고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아이도 잘한다는 칭찬에 신이 났는지 꼼꼼하게 잘 따라 했다. 풀을 바르고 한지를 붙이고 신문지로 문질러 주는 과정을 반복한 지 30분 만에 보석함이 완성됐다. 만들기에 쉽게 싫증을 내던 아이도 뿌듯한 얼굴이다. 심화숙 전통한지공예가협회장은 “아이 때문에 시작했다가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어른도 많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 청사초롱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초보자도 만들기 쉽게 미리 반쯤 만들어 뒀다. 네 귀퉁이를 바느질로 꿰매 뒤집은 뒤 걸 수 있도록 매듭을 이어붙이면 된다. 서툰 솜씨로 끙끙대며 바느질을 했지만 그리 어렵진 않았다. 다 만든 뒤 휴대전화 불빛 위에 올려놓으니 은은한 색감이 일품이다.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 전통소주, 규방공예, 천연염색 △화요일 한지보석함, 닥종이인형, 버선 △수요일 쪽염색, 단청 액세서리, 창호액자 △목요일 버선, 민화부채, 닥종이인형 △금요일 천연염색, 금박, 매듭 △토요일 한지, 단청, 닥종이인형 △일요일 나전칠기 등 매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5000원으로 그달의 특별한 공예체험도 할 수 있다. 02-741-2148
단점이라면 초보자 위주여서 내용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이럴 땐 30여 개에 달하는 북촌 일대 공방을 찾아가면 된다. 한복 옻칠 천연염색 인형 연 금박 장도(粧刀) 소반 등 분야도 다양하다. 북촌 골목을 느긋하게 걷다가 눈에 띄는 공방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공예품을 감상하며 작가들의 작업 과정도 덤으로 엿볼 수 있다. 대부분 공방의 입장료는 10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공예품을 체험하려면 재료비 1만∼3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대부분의 공방이 공간이 협소해 많은 사람이 함께 체험하기 어렵고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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