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들을 잠시 떠올려 보자. 내가 가장 좋아했고 본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리더는 누구였을까? 나는 A 사장님이 떠오른다. 언젠가 그분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우연히 A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부분은 그분만큼 직원들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아낌없이 투자했던 분을 찾기 힘들다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성장에 신경 써주는 리더로 인해 직원들은 동기 부여를 받았고 열심히 일했다.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조직문화도 훌륭했다.
또한 그분은 나를 전문가로 대해 주었다. 보고를 받기보다는 내 생각이 어떤지를 진지하게 물었고, 때론 토론을 하기도 했었다. 내 커리어에서 그런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높은’ 사람이 내 의견에 귀 기울여 주고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던 때가. 그분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아랫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전문가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내게는 지금까지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으며 지금도 1년에 한두 차례는 뵙곤 한다.
경영전문가인 톰 피터스가 리더는 팔로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리더들을 만들어 낸다라고 했는데, 실제 A 사장님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 중에는 업계에서 사장이 된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내게도 조직을 이끌 기회가 왔을 때, 그분과의 경험은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리더가 직원들의 성장과 전문성을 만들려고 노력할 때 직원의 입장에서 얼마나 힘이 나고, 사업 결과도 좋은지를 경험했기에 내가 가야 할 방향도 분명했었다. 물론 나와 함께 당시에 일했던 직원들이 어떻게 느꼈고 도움이 되었을지는 내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
직업상 리더십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할 때면 참석자들과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존중할 만했던 상사의 기억을 나누는 자리를 갖는다. 훌륭한 상사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었을까?
첫째, 애매하지 않은 사람이다. 업무 지시를 내릴 때, 직원의 입장에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직원들 입장에서 때로 ‘저 상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둘째, ‘대리’로 남지 않는 사람이다. 부장이 되어서도 권한을 위임하지 못하고, 세세한 것까지 다 챙기며 부하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셋째, 전화기를 보지 않는 사람이다. 부하 직원이 고충을 이야기하기 위해 면담을 하는데, 눈을 쳐다보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의 문자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을 존중할 부하 직원은 없을 것이다. 리더는 다만 5분이라도 상대방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넷째, 눈치 주지 않는 사람이다. 업무 수행을 잘했거나 혹은 실수가 있었을 때, 애매하게 칭찬하거나 눈치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점이 좋았고, 저런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명확하게 피드백을 하는 상사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나를 단순한 부서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나의 목표와 걱정거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라고 물어주는 상사를 기억한다.
지난주부터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어떤 사람은 현재의 상사를 꼽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상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의 선배 ‘뒷담화’를 듣다 보면 긴장될 때가 있다. ‘나와 함께 일하던 후배 직원들은 이런 자리에서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보다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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