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부하에게 컵을 던지는 ‘두려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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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만약 상사나 고객이 고성과 폭언을 일삼는다면?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물컵을 직원들에게 던질 때도 있다면? 최근 뉴스가 된 항공사 오너 일가의 갑질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주변에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의 상사나 동료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나 역시 비슷한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우선 직장에서 지나친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심리를 살펴보자. 1971년 설립된 리더십 및 조직 문화 진단 전문기관 휴먼 시너지스틱스의 조직 행동전문가 로버트 쿡 박사와 임상 심리학자 클레이턴 래퍼티 박사는 리더들의 행동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건설적 성향은 능숙한 업무 수행능력은 물론 사람들과 협조적으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수동적 성향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하지 않거나 관습대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공격적 성향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수동적, 공격적 성향 모두 방어적이라는 점이다. 즉 정확하게 말하면 수동적-방어적, 공격적-방어적 성향이다.

수동적 성향이 방어적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갈등을 회피하면서 다른 사람의 지시에 순응하는 자세는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방어적 성향이라는 말 자체는 모순처럼 보인다. 공격과 방어는 반대말이기 때문이다. 왜 공격적인 것이 방어적일까? 회의에서 자주 고성을 지르거나 심지어 물건을 던지기까지 하는 극도의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내부에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개가 공격적으로 짖는 것이 두려움의 표시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혹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방어적 심리를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공격적-방어적 성향 중에서도 권력 성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지위에 집착하며, 상대방이나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항상 통제되지 않을 경우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종종 분노로 표출한다. 이들에게 직원은 통제의 대상이지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의식은 희박하기 때문에 그들의 질문이나 다른 의견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이게 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경우는 물론 드물다. 당연히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건강하지 못하다. 이러한 강압적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실적을 높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손실은 너무 크다. 그러한 손실에는 직원들의 이직, 리더로서 자신의 평판, 심리적 건강 등이 포함된다.

만약 나의 상사나 고객이 이런 성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나치게 공격적 성향의 사람들이 스스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을 바꿔주어야 한다. 무슨 말일까?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과거와 다를 때 이들은 조금씩 경각심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자신이 폭언을 해도 고분고분하던 직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할 때 이들은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핵심은 자신이 폭력적인 행동을 지속했을 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지위를 잃을 수 있겠다는 신호를 감지할 때 그나마 변화가 가능하다. 새로운 사장이 왔는데, 폭력적인 임원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고 경고를 내린다든지, 직장 내 자신의 폭력적 행동이 블라인드앱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질 수 있고, 이것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자기와 일하는 부서의 인재들이 계속해서 그만두고, 부서 실적에도 영향을 줄 때에야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폭력의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이 공개적, 비공개적인 대응 조치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공격적 성향은 일의 추진을 위해 어느 정도만 필요하다. 지나친 공격적 성향은 자신과 타인, 조직을 파괴한다. 폭언과 폭력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입증하려는 사람들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힘이 센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마치 교양 있는 여성이 되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힘이 세다고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면, 당신은 힘이 없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공격적 성향#두려움의 표시#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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