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만난 사람은 40대 초반 남성. 그는 직장이 아닌 직업을 완전히 바꾸려고 했다. 컨설턴트와 사업가로 잘 지내오던 그와 함께 일했던 적이 있는데 발표 자료에 그림을 감각적으로 잘 사용했다. 이번에 그의 고민을 들으면서 왜 그렇게 그림 자료를 잘 썼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원래 미대를 가고 싶었단다. 당시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술은 ‘심각한 취미’로 꾸준히 해왔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몸과 마음이 미술을 향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늦었지만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 만난 사람은 40대 중반 여성. 그는 얼마 전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회사를 옮긴 이유는 그 회사의 ‘높은’ 임원 추천으로 그가 흥미를 갖고 있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간, 하필이면 그 임원이 회사를 갑작스레 떠나게 되었다. 그러자 그 프로젝트가 갑자기 멈췄다.
새로 온 상사는 해당 프로젝트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자 그도 새로운 직장에 관심을 잃었다. 더 많은 연봉을 바라고 온 것도 아니고, 꼭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어렵게 자리를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사례를 접하면서 직장을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째,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했다. 한 사람은 새로 간 직장에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명확했고, 또 한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미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했다. 직장과 직업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하다는 것은 ‘이 직장과 직업을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갈아탈 것이냐’의 기준이 명확해지는 것과 같다.
어떤 직장인은 이런 기준이 명확해지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된 직장을 떠나는 이유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직장인에게는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 직장과 직업에서 원하는 뚜렷한 목표일 수도 있다. 직장이나 직업을 변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특정 직업을 갖거나, 직장에 나가는 나만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하는 것은 어떨까?
둘째, 모든 일이 그렇듯 타이밍의 문제이다. 직장과 직업이라는 버스를 언제 갈아타는 것이 좋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했던 생각은 직장과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인생에서 몇 번 안 되는 커다란 결정이며, 따라서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으나, 현재의 직장과 직업이 자신이 세운 목표와 기준에 맞지 않음이 명확하다면 더 늦출 필요는 없겠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중에 이직을 고민하는 또 한 명의 지인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보수가 더 좋은 직장과 직업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직장과 직업의 전환’이라는 주제를 놓고, 자신이 삶과 일에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나는 다소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그들의 고민이 매우 건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무엇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없는지를 묻고 있었다.
우리는 때로 직장을 옮기고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그 이유는 돈, 함께 일하는 사람, 적성, 하고 싶은 프로젝트 등이 될 수도 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놓고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힘들다. 각자의 상황과 선택이 있을 뿐이다. 다만 옮기고 바꾸는 과정 속에서 고민을 통해 점점 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뚜렷하게 알게 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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