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일찍 할 걸 그랬어요.” 미국 뉴욕주의 가구 제작자 겸 목수인 딘 바빈 씨의 말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뉴욕시에서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14년을 일한 후 30대 중반에 직업을 바꿨다. 지난주 미국 메인주에 위치한 목공학교 CFC(Center for Furniture Craftsmanship)에서 그와 함께 수업을 들었다. 40대로 접어든 그는 행복해 보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있었고, 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수입은 적지만 목공분야에서 의미 있는 상과 지원금을 받고 전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의 경험이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그와 도서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욕의 잘나가는 테크놀로지 회사에서 안정된 직장에 다니던 그가 왜 커리어를 전환했고 어떻게 했을까?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갑갑했다. 평생을 대기업 재무부서에서 일하다 은퇴한 아버지의 모습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자신도 이렇게 일하다가 60대에 은퇴한 후 삶을 돌아보면 후회할 것 같았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봤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직장 동료이자 지금의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잖아!” 그 말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릴 때는 레고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더 커서는 나무로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졌고, 우선 CFC에서 2주간의 목공 기초 수업을 들었다. 목수로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흥미가 생기자 9개월간의 정규 과정을 듣고 싶어졌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던 아버지나 삼촌은 반대했고, 어머니와 아내는 응원을 해주었다. 그는 정규 과정을 들었던 사람 1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앞서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안정된 수입이 없어진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적어도 확실한 목공 기술을 갖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다시 기업으로 돌아갈 작정을 하고 모험을 시작했다.
바빈 씨는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며 살아온 지난 5년만큼 열심히 일한 때가 없다고 했다. 일이 너무 재미있고,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주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상사의 명령을 받아 수동적으로 일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수년 내에는 기업에서 벌던 만큼의 수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커리어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한국의 직장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이 자신과 안 맞고, 조만간 떠날 생각은 확고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바빈 씨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자신이 고민하는 길을 먼저 갔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는 것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 밖에 직장에 다니는 동안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조사하고, 단기과정이라도 관련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했다.
바빈 씨의 아내도 커리어 전환을 준비 중이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심리상담사로 전환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바빈 씨는 직장을 떠나 목공학교로 가겠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동료들이 자신에게 실은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으며 전환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이야기해 놀랐다고 했다. ‘길을 잃은 게 아니에요(You′re Not Lost)’의 저자 맥시 매코이는 길을 잃고 막막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삶에서 보다 명확한 길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빈 씨는 좀 더 빨리 직업을 전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고 했다. 커리어 전환이란 안정된 직장을 떠나 실패의 가능성을 끌어안는 모험이다. 바빈 씨가 말했다. “그래서 보다 빨리 실패해 보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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