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에 사는 회사원 김용훈 씨(30)는 주말이면 인천 부평구 문화의 거리와 평리단길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자주 갖는다. 이 도로에 들어서면 1980년대 목욕탕 외벽의 타일을 그대로 살린 건물부터 현대적 감각의 인테리어로 단장한 건물이 뒤섞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밤에는 점포마다 설치된 다양한 색깔의 조명이 골목을 비춰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경인전철을 타고 부평역에 내리면 걸어서 5분 남짓이면 도착해 접근성도 좋다. 김 씨는 “한번 다녀가면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점포가 많아 자주 찾는 편”이라며 “젊은층에서 인천의 대표적 핫 플레이스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 사계절 공연이 열리는 거리
부평역과 가까운 문화의 거리는 6·25전쟁이 끝난 뒤 채소시장이 운영됐던 곳이다. 이 때문에 문화의 거리 주변에는 부평종합시장과 부평깡시장, 진흥종합시장, 부평자유시장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옷가게와 식당 같은 상권도 형성됐다. 하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등과 같은 대형 유통시설의 등장으로 상권이 위축되면서 변신의 길을 모색했다. 1996년 당시 건물주와 세입자들은 스스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다시 짓고 노점상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어수선했던 시장 주변 도로는 1998년 차 없는 거리로 바꿨다.
상인들은 문화의 거리에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 왔다. 2013년 거리 중앙에 상설 공연용 무대를 설치해 이곳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주요 스포츠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거리 응원전도 펼치고 있다. 2016년부터 매주 토, 일요일 상가가 밀집한 거리 한복판에서 청년 사업가들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같은 공예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을 열고 있다.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외 공예품 시장이다. 같은 해부터 매년 10월이면 인천지역 청년들이 참여하는 정기 가요제인 ‘부평M스타가요제’가 열린다. 봄, 가을에는 꽃축제도 펼쳐진다.
○ 커튼 골목의 화려한 변신
문화의 거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은 평리단길의 원래 이름은 중앙로. 1990년대까지 가정용 커튼과 혼수용 이불, 한복 등을 직접 만들어 파는 점포가 몰려 있어 ‘커튼 골목’이나 ‘한복 골목’으로 불렸던 곳이다. 이 골목에 들어섰던 점포가 하나둘 문을 닫으며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문화의 거리에 인파가 몰리면서 변신을 시도했다. 2013년 문화의 거리와 상인회를 통합하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낡은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벌였다. 상인들은 젊은층을 겨냥해 현대적 감각의 리모델링을 통해 점포의 외형과 업종을 바꿔나갔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2017년 상인들이 “서울에는 경리단길, 인천에는 평리단길이 있다”고 광고하면서 평리단길로 불리고 있다.
현재 평리단길에서 영업하는 점포는 모두 10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식과 동서양 음식을 파는 식당과 카페, 커피숍 등이 절반이 넘지만 획일적인 인테리어는 좀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점포를 운영하는 주인도 대부분 30, 40대다.
○ 인천 쇼핑상권으로 발돋움
부평구는 문화의 거리와 평리단길을 인천을 대표하는 쇼핑상권으로 활성화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패션·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부평 상권 활성화 방안 전략수립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문화의 거리와 평리단길을 중심으로 4개 전통시장과 5개 지하도상가가 운영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수도권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상인회와 협의해 주차장 확충과 차 없는 거리 지정, 인천시티투어버스와 연계한 쿠폰북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문화의 거리와 평리단길은 전통시장과 현대적 분위기의 점포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천의 명소가 됐다”며 “주말이면 하루 평균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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