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혹은 야당 공동집권론이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면서 정국을 달구고 있다. 회의론과 비판론도 만만치 않지만 연합파트너인 DJ JP의 갈망은 모색의 단계를 훌쩍 뛰어 넘었다. DJ와 JP가 주고 받는 신호에 전에 볼 수 없던 열망이 묻어나고 기습당한 여당은 맞불놓기에 부산하다.
DJP 공동집권구상의 핵심은 반(反) YS세력 연대에 의한 YS 포위전략이다. 「야당후보 단일화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가 국민의 여망이라는 명분론에 「DJ JP 단독출마 필패(必敗)」라는 현실론이 강한 추동력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호남 충청 반YS세력에 일부 TK지역 반YS세력이 가세한 YS 포위작전이 집권에까지 이를 것인가는 점치기 어렵다. 당선가능성 내각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YS 어떻게 나올까▼
DJP 공동집권구상은 이미 집권후 권력분담 협의단계에 이른 모양이다. 흥미있는 대목은 예컨대 일각에서 제기되는 「3+3+4 분담론」 즉 DJ JP 각각 3에 +4라는 도식이다. 이 +4는 지역적으로 호남 충청을 제외한 타지역 몫이거나 정치세력으로 보면 민주당이나 영입세력 또는 신한국당내 소외세력 몫이라는 손짓이다. 만약 이 「DJP+α」가 성공하면 YS와 그 지지세력은 고립된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일 수 있겠지만 눈여겨볼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밖으로 드러난 YS와 신한국당의 차기대통령선거 중점전략은 철저한 양김(兩金)배제였다. 그리고 그 구체적 전술이 세대교체론이었다. YS 스스로 기회있을 때마다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 「깜짝 놀랄 젊은 후보」를 말했다. 李洪九(이홍구)대표의 「젊은 후보론」이나 姜三載(강삼재)총장의 「양김 판단력 회의론」도 강한 양김배제 의지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세대교체론을 무기로 한 양김배제는 성공 가능성이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우선 정치력에서 양김에 맞설만한 여당 후보가 현재로선 눈에 띄지 않는다. 단순히 연령으로 대통령후보의 자격을 논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전후 세계정치의 거목들인 드골은 78세, 처칠은 80세, 아데나워는 87세까지 대통령과 총리 직무를 해냈다.
▼「벌거벗은 권력」지탄▼
결국 YS의 양김 배제전략과 DJP의 YS 포위전략에서 당장 수세에 몰린 쪽은 YS 진영처럼 보인다. 이념실종론 도덕성론도 YS의 3당합당 전력 때문에 약효가 떨어진다. 이 딜레마를 푸는 것이 YS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물론 DJP연합이 깨진다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고립되는 쪽은 오히려 DJ가 되기 쉽다. 공은 YS에게 넘어갔다. YS는 예상키 어려운 방법으로 모순의 핵심을 돌파하는 정치인이다.
이상(理想)과 이념을 팔지 않는 정치는 타락으로 매도당해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유능한 정치가는 건조한 현실에 이념의 옷을 입혀 설득할 줄 아는 사람이다.
YS 포위론이든 양김 배제론이든 벌거벗은 권력논리만으로는 민심을 사로잡을 수 없다. 더구나 온갖 저질 폭력적 언어로 오염될 때는 정치에 대한 실망과 냉소만 확산시킬 뿐이다. 정치인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가 국민적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이 치열한 전초전을 격조높게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김 종 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