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심칼럼]마더 테레사

  • 입력 1997년 9월 12일 20시 07분


『잠시라도 좋으니 외로운 사람을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작은 사랑의 행위를 해보십시오. 그러면 마음이 열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행위로 자신이나 타인이나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오늘 캘커타에서 인류의 애도 속에 땅에 묻히는 이 시대의 성인(성인) 마더 테레사가 남긴 말이다. 테레사의 말은 너무 소박해서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듣고 읽는 사람의 가슴 크기를 넘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전기와 어록(語錄)을 읽으면서 느낀 부끄러움이었다. 그는 사랑을 머리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 사랑의 크기는 잠시라도 사랑을 실천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또한 부끄러움이었다. 테레사는 말한다. 싫증내지 말고 주십시오. 남는 것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상처를 받을 때까지, 고통을 느낄 때까지 주십시오.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어집니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나누는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됩니다. 애착 때문에 남에게 줄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주위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 몸으로 실천한 사랑 ▼ 마더 테레사는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순간까지 만원전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며 3등 기차칸에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빈약한 음식을 먹고 빈민들의 움막 바닥에서 웅크리고 잤다. 그에게는 갖는 것이 죄악이었다. 무명 사리 두 벌과 샌들 한 켤레 나무 침대 하나로 평화를 누렸다. 마음까지 다 주어서 마침내 마음이 가난해진 사람, 그래서 그는 가난은 놀라운 선물이며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고 말했을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사랑한 사람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 불구자 장님 나병환자 알코올중독자 고아 부랑아 에이즈환자, 거리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 인간의 따뜻한 손길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 사람들이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사랑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헌신으로 보여줌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쳤다. 물질의 가난보다 더 큰 가난은 사랑에 대한 굶주림이라고 마더 테레사는 가르쳤다. 물질의 가난은 침대 하나와 한 접시의 밥과 담요 한 장만 있으면 되지만 정말 심각한 가난은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무서운 외로움이라고 상기시켰다. 가장 큰 죄악은 이웃에 대한 얼음같이 차가운 무관심이다. 이 무관심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 느끼는 허기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반이다. ▼ 오늘의 우리 현실 참담 ▼ 테레사가 인종 종교 이념 국경을 넘어 만인으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은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그 무한한 봉사 때문이었다. 그는 만일 달나라에도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한 정열의 화신이었다. 그러나 테레사는 겸손하고 담백했다. 그가 자신을 하느님의 몽당연필이라고 한 것은 투철한 영적(靈的) 생활에서 우러난 겸허한 고해(告解)였을 것이다. 여성들에게 인간 종족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상한 소명인가를 돌아보라고 충고한 마더 테레사는 20세기 인류의 마지막 모성(母性)이었다. 그의 사랑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다는 느낌은 조그마한 사랑이라도 실천해보지 않은 마음 닫힌 자의 죄스러운 변명일 것이다. 여덟살 귀여운 나리양을 유괴하여 살해한 비정하고 탐욕스러운 세상, 모두 마더 테레사의 영전에 무릎을 꿇자. 김종심(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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