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유치원때부터 아침밥을 먹지 않아왔다. 처음에는 내가 안먹으니까 아이도 그런줄 알고 밥상을 차려놓고 달랬으나 한사코 마다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치원에 늦을까봐 걱정이 돼서 안먹는다는 것이었다. 작은 일에도 안달복달하는 내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제 물건을 아무데나 두고는 급할 때 신경질을 내며 찾는 것이나, 실수할까봐 지레 걱정해서 일을 저지르지 못하는 것이 나와 똑같다.
그러고보니 내가 싫어하는 나의 면면은 친정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 작은 키는 물론이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성질을 발칵 낸 뒤에 후회하는 버릇이 특히 그렇다.
요즘 「돌리」라는 복제 양 한마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좋은 의미」의 「자식 복제」는 예로부터 이뤄져 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외모에서부터 성격 습관 행동거지까지 붕어빵처럼 부모를 쏙 빼닮는 것도 자연스럽고 흐뭇한 인간 복제가 아니랴 싶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머리카락 한 올로도 가능하리라는 인위적 인간 복제의 엄청난 재앙과 생명 존엄성 파괴를 우려하지만 내게는 매일처럼 행해지는 부모의 「억지 자식 복제」가 더 걱정스럽다.
보도에 따르면 행인지 불행인지 히틀러를 복제해도 히틀러처럼 나치주의자가 될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사람은 성장환경에 따라 성격이나 특정 능력의 발현 등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피카소를 복제한다고 해도 피카소처럼 세계적 화가가 될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식은 곧 나」라는 생각이 강한 우리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모의 가치관부터 사는 방식, 심지어 「영향력」까지 인위적으로 복제하려 든다. 자신도 불가능했던 꿈과 사회적 성취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나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패러다임을 정보화 사회속에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주입하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죄」다. 「돌리」의 앞날을 우려하기에 앞서 부모들의 「억지 돌리 만들기」를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김순덕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