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까지 매진사례를 이룬 신파극 ‘불효자는 웁니다’가 장안의 화제를 넘어 화두로 떠올랐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인데다 제목이 사람들의 ‘불효자 콤플렉스’를 자극, 우리 정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둑처럼 덮쳐온 경제위기, 우리들 어머니가 못먹고 못입으며 이만큼 살려낸 나라를 망쳐먹었으니 “불효자는 웁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닌게아니라 지난 설날엔 어른들의 헛기침이 유난히 컸고 많은 이들이 불효자된 심정으로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어른들은 물론 온갖 TV프로마저 10대와 신세대에 죄를 물었고 30,40대 가장들까지 “외식을 많이 한 것도, 해외여행을 다닌 것도 잘못이었다”며 가슴을 쳤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잘못해서 경제위기가 닥쳐왔을까.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무능한 대통령과 그에 빌붙은 위정자들이지 국민은,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아이들 돌반지부터 금이빨까지 빼서 내놓는 우리들은 아니다.
전국민의 불효자화는 이제 그만 하자. 책임을 모든 이에게 돌림으로써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 정말 고쳐야 할 구조적 문제들은 덮고 지나갈까 봐 두렵다.
근검 절약 근면 성실 충효…. 한때 많이도 들었던 좋은 말들이다. 그렇게 안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내일모레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살아갈 이들에게 60,70년대 밭갈고 공장굴뚝세우던 시대의 가치관을 종주먹대듯 들이미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창의력 발휘 대신 무조건 복종을, 개인의 자유 대신 집단논리를, 세계를 넓게 보는 시야 대신 외제 불사르기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은 아닐까. 그 시절,‘국민총화단결’‘잘살아보세’식과는 다른 위기극복방법이 분명히 있을텐데….
김순덕<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