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구칼럼]한배를 타고 가는 지혜

  • 입력 1998년 1월 2일 20시 40분


누가 뭐래도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그리고 98년은 IMF의 험난한 파고 속으로 뛰어드는 첫 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구하고 또 자기가 사는 길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타고 있는 공동운명선은 한마디로 결함 투성이의 문제있는 배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진단이다. 정비불량 정원초과, 거기에다 무능한 선장의 착각과 오판 독선 독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는 지난 몇 달 동안 뼈저리게 보아왔다. 위험을 만재한 채 경보장치 없이 태풍권으로 말려들고 있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흥청거리다 국가부도위기라는 삼각파도를 만났다. 무리한 운항을 보고도 항의하거나 제대로 따지지 않은 승객들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 정부 기업 가계 위기체제로 ▼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그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폭풍지대를 빨리 벗어나 다시 항진하기 위해서는 선장의 위기관리능력과 지혜가 절대적이다. 조그마한 오판과 실수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승객들도 위급시의 수칙과 행동요령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침수가 있으면 힘을 합쳐 함께 퍼내야 한다. 우현에 물이 들어온다고 한꺼번에 좌현으로 몰렸다가는 순식간에 끝장이다. 정부 기업 가계 할 것없이 서둘러 위기관리체제로 돌입해야 한다. 모든 것을 건지려다가는 다 잃을 수도 있다. 우선순위에 따라 버릴 것은 버리고 급한 것부터 챙겨야 한다. 난파위기에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틈에 자기 이득만을 노리는 이단자가 있다면 공동체 전체의 이름으로 가차없이 제재를 가해야 한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실감이 덜하지만 곧 고실업 고금리 고물가 고세금의 복합통증이 뼛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분담이라도 공평해야 한다. 쌀 한톨 기름 한방울이라도 아끼고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같이살기 운동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 IMF가 아니더라도 근검절약과 내핍의 생활화는 삶의 기본 덕목이다. 따지고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본약속인 법과 규칙을 우습게 아는 사회풍조가 결정적으로 나라를 멍들게 했다. 최소한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는 반칙과 냉소주의가 오늘의 이 국난을 불렀다. 가진자와 지도층부터 원칙을 깨는 일에 앞장서왔으니 그런 사회가 온전하게 굴러갈 리 없다. 단기적으로는 IMF시련 극복이 당장의 과제지만 21세기 미래건설을 위한 준비도 그 못지않게 급하다. 그러나 나라 형편을 보면 정치와 공직사회 기업경영 길거리교통질서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기초가 제대로 잡혀있는 곳이 없다. 자동차나 선박을 분해청소 재조립하듯 사회 구석구석의 기초부터 전면 재점검하고 그 바탕위에서 새롭게 재출발해야 나라꼴이 될 것같다. IMF터널을 벗어난다 해도 이런 기초다지기부터 해놓지 않고서는 무너지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 사회 구석구석 재점검 필요 ▼ 애국이란 어렵게 설명할 것도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제자리 제위치에서 법과 분수를 지켜가며 맡은 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그것의 총합이 바로 국력이자 한 배를 타고가는 지혜다. 그런 사회기풍을 조성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선도 역할은 결국 정치가 맡을 수밖에 없다. 그점에서 새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명예와 동시에 멍에를 짊어졌다. 위기는 그에게 당선의 기회였으나 이제는 엄청난 부담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침몰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중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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