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당 정 군에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고 각 대학과 연구소들도 우리를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과연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알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中 6년간 大使 안바꿔
공관장만 해도 92년 수교 이래 중국은 6년 동안 주한대사를 바꾸지 않았다. 지난달에야 교체된 장팅옌(張庭延)대사는 서울사람 뺨치게 한국말을 잘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6년 사이 주중대사가 4명이나 바뀌었다. 중국말은 고사하고 현지 사정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형편이니 이러고도 전문성같은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자 중국대륙에는 한때 한국기업 진출 붐이 일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터지자 이번에는 그쪽 표현을 빌리면 마치 군사작전하듯 썰물처럼 철수하고 있다. 어려워진 사정이야 알지만 그동안 들인 공을 하루아침에 무위로 되돌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IMF를 극복한 뒤 다시 시작해야 할 때를 생각하면 교두보만은 남겨두었으면 싶지만 길게 보는 노력들이 부족한 것 같다.
국제화 정보화시대에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국가생존 전략과도 직결된다. 정보가 국력이라는 말이 없더라도 국경없는 무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바깥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저들은 우리를 꿰뚫고 있는데 우리만 앞뒤를 분간 못한 채 덜렁거린다면 그 결과는 물어보나마나다. 상담이든 협상이든 판판이 밀릴 수밖에 없다.
▼ 정보축적-공유 서둘때
정보는 수집 못지않게 축적과 공유(共有)가 중요하다. 어딘가 한 곳에 모아져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값어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 들여가며 수없이 외국을 다녀오지만 매번 개인의 1회성 경험으로 묻혀버리곤 한다. 축적과 공유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찾는 사람마다 똑같은 질문, 그것도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지겹게 되풀이해대는 한국인 시찰단이 외국에서는 웃음거리다. 그만큼 우리는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전문성에 신경을 썼던들 IMF의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환란을 당하고서야 허겁지겁 국제금융 전문가를 찾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국제금융 전문가뿐만이 아니다. 균형있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각 분야의 세분화된 전문성의 총합이 바로 국력이고 국가경쟁력이다.
그러자면 전문인을 보는 눈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전문가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살아 있다. 무슨 일을 얼마나 잘 하느냐(do)로 평가받는 사회가 아니다. 빨리 무엇이 되느냐(be)가 출세의 척도인 사회다. 명의(名醫)가 되기 보다는 병원장, 명교수가 되기보다는 학장 총장이 되고자 하고 또 그래야만 대접받는 사회인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전문가가 자랄 수 없다.
▼ 직위대신 일로 대접을
국제적 환경은 지금 각국의 생존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일보다 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착오적 사회구도로는 냉혹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전문지식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전문가를 조직적으로 키워야 한다. 취직이나 진급만을 위한 잘못된 교육 인사제도를 과감히 뜯어고쳐 젊은 전문인들이 열정적으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한 분야에서 일을 좀 익힐 만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어서도 안된다.
당장은 IMF극복이 급하지만 그것으로 할 일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천년을 위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 모두가 바라는 대로 선진화된 사회, 견실하고 경쟁력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골고루 키우는 일이야말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국가과제다.
남중구(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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