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종완/변호사업계도 「구조조정」을

  • 입력 1998년 1월 21일 20시 15분


“지금 변호사업계는 깨끗하게 죽느냐, 더럽게 사느냐의 선택만 남아 있다.” “법조계 비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변호사는 거의 없다.” 소장 변호사들의 비감한 외침은 관행처럼 굳어온 법조계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자괴감속에 스스로 고발하고 있다. 변호사가 전문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따내고 소송의뢰인에게서 받는 수임료의 20∼40%, 심한 경우는 50%를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검은 거래’는 법조계 ‘비리 사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극히 일부 변호사에게 해당하는 것이지만 ‘유능한’ 브로커를 억대에 스카우트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브로커 외에 법원직원 검찰직원과 경찰관을 통해서도 사건을 수임하고 이들에게 20∼30%의 소개료를 건네는 일도 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법원직원과 검찰직원은 변호사측으로부터 ‘급행료’를 챙기는 것이 관례화해있다. 변호사측이 피의자의 보석을 신청하거나 보석결정문을 받을 때 수만원을 법원직원에게 건네고 검찰에 가서 석방지휘서를 받을 때 다시 직원에게 ‘봉투’를 줘야 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마치 ‘먹이 사슬’처럼 얽혀 있는 것이 법조계 비리의 실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비리 사슬에 의해 파생하는 모든 비용이 고스란히 소송의뢰인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데 있다. 변호사가 필요없는 속칭 ‘자연 뽕’사건도 브로커의 농간에 의해 소송의뢰인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헛돈을 쓰는 경우가 법조계 비리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법조계 비리가 다시 사정(司正)의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이 변호사 사무장을 포함해 검찰직원 경찰관 등 15명을 무더기 구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자율 정화를 선언하고 나섰고 검찰은 비리변호사에 대한 내사 착수를 발표했다. 변협은 월 평균 형사사건 수임건수가 10건이 넘는 변호사 76명을 비리 혐의자로 지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수사를 당해 변호사업계가 ‘공멸’의 위기를 맞기 전에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 파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변협의 자정 의지는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변협이 새해 들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변호사에게서 제출받은 소송의뢰인의 주소로 조사협조 의뢰서를 보냈으나 수백통이 주소 불명으로 반송돼 온 것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변협의 지도부는 “조사 대상에 오른 회원들이 변협의 의지가 얼마나 비장한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어떤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비리에 대한 변협의 자정 움직임과 검찰의 내사가 물밑에서 긴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소장변호사들이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자체 정화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변협의 자정이 역시 한계를 드러내 결국 검찰의 수사를 불러들이는 상황이 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법조계 비리의 척결은 변호사업계 스스로의 단호한 ‘구조조정’과 ‘거품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내의 개업변호사들은 넓은 사무실을 갖고 고급승용차를 굴리는 것이 관행처럼 돼왔다. 사무실 유지비로 한달에 1천5백만∼2천만원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문에 전문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유치해야 하고 브로커 비용을 소송의뢰인에게 전가해 과다수임료를 받으며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 먼저 법을 어기고 변호사시장의 ‘상거래 질서’까지 깨뜨리고 있다. 이제 ‘사업가형 변호사’는 사라져야 한다. 영국 일본 등 외국처럼 공동사무실에 공동직원을 쓰며 공부하는 ‘전문가형 변호사’만이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지금은 우리가 자초한 국제통화기금(IMF)시대다. 김종완<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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