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 TV 화면에 비친 이 무리들의 카레이스는 ‘스피드 탐닉’이 아니라 말그대로 ‘살인 행렬’이었다. 이 무리들의 대부분은 10대와 20대. 그러나 이들에게 사회병리니 교육문제이니 하는 진단은 너무나 사치스럽고 한가한 소리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이라는 물음에 태연한 표정으로 “징역 몇년 살고 나오면 되는 거 아니냐”며 다시 액셀러 레이터를 밟아대는 이들은 이미 진단의 대상이 아니라 행형(行刑)의 대상일 뿐이다.
TV 화면에 비친 실상은 이렇다. 오전 1시 무렵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살인질주를 벌일 20∼30명의 무리가 모여든다. 그들은 10만원씩 판돈을 걸고 원당 분당 등 교외지역까지 돈내기 카레이스를 벌인다. 이를 위해 1천만∼2천만원씩 들여 시속 2백㎞ 이상 올릴 수 있도록 차도 개조한다.
대부분 오토바이 폭주족 출신인 이들 중 상당수가 무면허라는 사실 또한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들을 제재할 묘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이 죽어도, 내가 죽어도 좋다’며 질주하는 이들을 쫓아가서 잡는다는 건 힘들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한마디로 ‘죽음의 곡예’다. 그래서 단속활동도 어정쩡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관련법규조차 미비하기 짝이 없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그렇다면 급속히 확산추세에 있다는 이 무리들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과 법규를 새롭게 마련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바로 국회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엔 꼬박꼬박 ‘혈세’를 축내는 국회의원은 있으나 국회는 없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달이 가깝다. 여권이 의원들의 당 옮기기로 한나라당 의석이 반수에 미달되지 않는 한 원구성을 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기 때문이다.
하기야 어떻게 보면 이 무리들과 공통점도 없지 않은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문제의 해결을 구하는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일는지 모른다. 우선 ‘법’ 바깥에서 ‘놀고’있는 점이 비슷하다. 폭주족은 목숨을 걸고 질주한다는 물리적 조건 때문에 제재가 힘들고 국회의원들은 그 자신이 입법기관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놀고 먹어도 제재가 불가능하다. 오로지 내 이익과 쾌락을 위해 공적(公的) 윤리나 도의는 언제든 내팽개칠 수 있다는 파렴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모르나 살인질주를 하는 무리들이 도심에서 활개치는 나라, ‘여대’가 아니라고 국회 문을 닫아버린 나라가 또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고단하고 힘겨운 민생을 이렇게 마구 짓눌러도 되는 것인지, 별 소용도 없어 보이지만 하늘아래 둘도 없는 이들 군상에게 한번 던져보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다.
이도성<뉴스플러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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