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배인준/할말은 하고 들을말은 듣자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29분


3주 뒤면 김대중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된다. 집권 1년이면 5년 임기 전반부의 중간평가를 해볼 타이밍이다. 정부와 국민회의 자민련 연립여당이 운영해온 국정 각 부문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정책운용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단추를 잘못 끼운 곳은 없는지, 교정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찾아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환란청문회가 열리고 있지만 한번 가정해보자. 김영삼정부 초기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리고 YS정권이 독선을 버리고 각계의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환란도, 지루한 청문회도 없었을지 모른다.

환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일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청문회에 큰 기대를 걸기는 무리인 것 같다. 환란을 제대로 검증해 진정한 교훈을 찾아내는 일은 객관성 있는 민간전문가들의 몫인 것 같다.

각계가 지금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현정부 1년을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국가경영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작업은 우선 각 분야 지식인그룹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정권 초기엔 권력에 아부하거나 침묵하다가 정권 말기나 교체후에 무성한 비판을 쏟아내는 행태는 비겁하다. 과거정권의 비극과 국가위기는 지식인그룹의 ‘권력 시녀화’나 현실도피에 의해 촉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인 김지하는 최근 TV대담에서 “지식인들은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고 김대통령은 지식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대통령과 지식인들이 잘 씹어봐야 할 충고로 들린다.

정부 여당도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을 겸허하게 자성하고 과오나 실패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거나 호도하면 결국 국민적 불행이 된다. 과거 정권이 한 일은 모두 잘못됐고 현정부가 하는 일은 최선이라는 독선에 빠져드는 순간부터 불행은 잉태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야당도 선동적 구호와 원색적 공격만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그 운용행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잘잘못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날 집권기의 과오들을 깊이 반성하고 환골탈태해야 할 정당이다.

김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니 이런 대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치 경제 금융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물들지 않았던들 이러한 불행(경제위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업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겠습니다. 또한 경쟁의 원리를 철저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오늘의 난국은 야당 여러분의 협력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저도 모든 것을 여러분과 상의하겠습니다.”

“이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좌절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체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합니다.”

“다시는 무슨 지역 정권이니, 무슨 도 차별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이같은 초심(初心)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아니면 굴절되고 있는지도 검증의 대상이다.

배인준<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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