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진수/국민연금―의보통합 논란과 정치권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국민연금 확대와 의료보험 통합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사설과 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소득 사업자, 일부 변호사 의사 한의사 등의 수입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확대하고 의료보험을 통합하는 것은 직장근로자를 ‘봉’으로 잡는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시민 사회 노동단체들도 18일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다소 차이가 있는 두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6개 단체는 정부의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경실련과 한국노총 등은 기금분리 등의 보완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은 자영자 등의 소득하향신고로 발생하는 내년도 연금수급자의 손실은 국고지원 등 별도의 조치로 해결하고 자영자의 소득 파악은 꾸준히 계속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으며 경실련 등은 자영자의 소득 파악에 걸리는 3∼5년 동안 국민연금 수급기준을 일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시민 사회 노동단체들의 주장이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관계부처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 개념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이상(理想)임에 틀림없다.

그같은 사회건설을 위해 ‘있는 자’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좀 더 부담해 ‘없는 자’를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의료보험도 확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소득 자영자를 그냥 둔 상태에서 수입이 전부 드러난 직장근로자의 소득이 그들에게 역진(逆進)하는 현상을 그대로 묵과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反)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재 25% 정도인 자영자의 소득파악률(KDI는 50%로 추정)이 60, 70, 80, 90%로 높아질 때까지 국민연금 확대와 의료보험 통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주장과 가는 방향이 옳고 반드시 이룩해야 할 목표라면 우선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 개선해 나가자는 주장은 결국 목적은 같으나 접근 방법을 달리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영자 소득 파악 시기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고 그때까지 손해를 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는 묘수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차제에 획기적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그러나 이 모든 논란을 뒤집어보면 국민 모두가 법이 규정한 세금, 그리고 맡은 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현실은 어떤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이후 각 부문에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재벌은 재벌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IMF의 고비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집단이 되어 보고자, 또 다시 한번 잘 살아 보자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유독 백년하청(百年河淸)과 같은 집단이 있다. 바로 정치인 집단이다. 가장 큰 권력,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 집단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이 보기에는 싸우는 데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정치자금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의 낭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 정치개혁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국민적 논란에 정치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야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한진수〈사회부장〉han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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