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강종만/'時價평가제'로 投信 살리자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투신사 채권펀드 등에 대한 시가평가 제도가 금년 7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채권의 시가평가는 실적배당 상품인 투신사 펀드의 공정한 운용과 투신사 경영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의 시행이 유예돼 투신사의 부실이 촉진됐으며 급기야 투신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기에 이른 것이다.

▼일시적 부작용에 후퇴 말아야▼

그 동안 관행적으로 유지된 장부가 평가제도는 투신사에 의한 자의적인 펀드운용을 초래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기도 했고 고객에 대한 불법적인 수익률 보전을 허용해 투신사의 부실경영을 초래했다.

시가평가제도가 시행될 경우 투신사의 숨겨진 부실이 일시에 노출돼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3월말 현재 장부가 평가에 의한 채권펀드의 규모는 1998년 말의 181조원에 비해 상당히 감소한 96조원이지만 아직도 전체 채권펀드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채권시가평가 제도의 전면 도입시 투자자가 채권펀드의 향후 수익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자금인출로 인한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와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시가평가제도의 시행이 연기된다면 투신사가 안고 있는 부실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도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시행에 따른 일시적인 금융시장 교란이 있더라도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시가평가제도는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채권펀드의 시가평가제도는 우리에게 낯선 제도가 아니며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유예기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시가평가제도가 도입된 1998년 11월 15일 이후 새로 설정되는 펀드에 대해서만 시가평가제도가 시행되고 기존 펀드에 대해서는 금년 6월말까지 장부가 평가가 허용됐다. 즉 시가평가제도의 정착을 위해 1년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그러므로 만약 시가평가제도의 전면시행이 연기된다면 국내외 투자자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투신사의 부실이 더욱 증대돼 장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펀드의 시가평가제도는 투신사의 부실방지 외에도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 제도시행에 따른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돼야 할 것이다.

첫째, 시가평가제도의 시행은 투신사의 불건전한 불법영업을 방지하고 투신사의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증대시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투신사의 부실은 공개된 비밀이었지만 일반투자자들은 정부정책을 믿고 투신사에 자금을 예탁했다. 따라서 시가평가제도의 투신펀드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 기관투자가로서 투신사의 기능 활성화와 증권시장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그러므로 투신사의 자기자본 보전과 함께 건전성을 회복함으로써 기관투자가로서 투신사 기능이 활성화할 것이다.

둘째, 금융시장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시가평가제도의 시행으로 실적배당상품인 투신펀드의 높은 이익과 이에 수반된 위험부담이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어 금융시장에서 자금흐름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향상될것이다.반영돼 일반투자자의 인식이 전환되고 금융시장에서 자금흐름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향상될 것이다.

셋째, 부실 투신사의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해 시장기능에 의한 투신사의 구조조정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또 평가제도가 정착되면 투신사의 펀드운용성과가 매일 공시돼 경쟁력없는 투신사의 퇴출이 촉진되고 시장경쟁에 의한 효율성 증가로 투신사의 대외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

또한 투신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권시가평가 제도의 정착과 함께 이와 관련된 시장 인프라도 개선돼야 한다.

▼시장 인프라 함께 개선을▼

한편 채권시가평가제도의 정착을 추진하기 위한 시장 인프라의 개선도 고려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채권가치평가를 위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채권평가 기관이 필요하며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보완됨으로써 투신사 구조조정과 이에 수반된 공적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종만(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매주 화요일 실리는 ‘경제시평’ 필진이 이번주부터 강종만 곽승준(고려대 교수·경영학) 이두원(연세대 교수·경제학) 이천표씨(서울대 교수·경제학)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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