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안정은 상호보완적▼
특히 이헌재 전재정경제부장관의 경우 금융감독위원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기간까지 안팎의 많은 압력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는 데에 대다수의 국민이 공감을 할 것이다.
물론 초유의 경제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시행착오 및 사회 각계각층의 반발 등으로 인하여 현재까지 진행된 개혁이 만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비슷한 위기를 맞았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한국이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년여에 걸친 끊임없는 개혁으로 인하여 누적된 개혁피로 현상을 감안할 때, 그리고 이제 남은 개혁을 마무리하고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준비해야 하는 현 정권의 입장을 감안할 때 개각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각을 단행한 집권자와 새롭게 임명된 신임 경제장관들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들은 유념했으면 한다.
첫째,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경제팀의 수장이 될 재정경제부장관의 경우 청와대가 안정을 중시한다면 A씨가, 개혁을 중시한다면 B씨가 될 것이라는 예측들을 하며 마치 개혁과 안정이 서로 상충되는 개념인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 왔다. 그러나 개혁과 안정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닌 보완적인 개념이다.
즉 개혁이 완결되어야 진정한 경제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혁과 안정은 인과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롭게 임명된 재경부장관이 진정한 경제안정을 원한다면 우선 눈앞의 현안인 금융부실의 제거와 현대사태를 비롯한 재벌개혁을 우선적으로 완결짓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개혁과정에는 많은 갈등과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만일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거치지 않고 단순한 땜질식 처방만을 되풀이한다면 개혁의 완결이 아닌 위기 재발의 씨앗을 뿌리는 격이 되고 말 것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둘째, 새롭게 임명된 경제팀은 보다 먼 안목을 가지고 개혁 이후의 정부 역할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경제위기 이후 현재까지는 금융부실 처리와 기업 개혁에 있어서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개입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극심한 경제위기의 혼란 속에서 상실된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대다수의 경제학자들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이제 미완의 금융 및 기업 개혁을 완결짓고 나서는 정부 스스로가 시장에서 발을 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팀의 수장들이 먼저 시장의 기능을 믿고 따르는 모범을 보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제 현 정권은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으며 정치권은 서서히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준비에 열을 올릴 것이다. 더욱이 내년 초 이후에는 경기가 완만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선진국 경제에서도 선거철과 경기 하락기는 경제정책이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가 된다. 아마도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보다 두드러질 것이다. 또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선심성 정책과 재계 끌어안기 정책을 써줄 것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입김 배제할 용기 있어야▼
새롭게 임명된 경제팀은 이러한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집권자는 경제장관들이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치적 방패막이가 돼 줘야 한다.
흔히들 한국경제는 항상 ‘과도기’에 있다고들 한다. 일견 식상한 표현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한국경제가 역동적으로 변해왔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새롭게 임명된 경제팀은 이렇게 역동적인 한국경제의 큰 흐름을 주도할 새로운 조타수들이 될 것이다. 이런 중책을 맡은 새 인물들이 개혁을 완수하고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며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두원(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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