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승록/공자금 상환계획 급하다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41분


향후 10여년간 한국 경제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의 상환 문제이다. 공적자금의 조성, 관리에 대한 논쟁에 이어서 회수, 상환의 문제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 공적자금 회수가 부진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변 연구소의 비공개 보고서나 공적자금 추가 조성 필요성을 제기한 컨설팅 회사의 주장이 세인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연평균 20조 마련할 수단있나▼

정부 당국이 공적자금과 관련하여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공적자금과 관련된 모든 원죄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이 과거 고도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정부의 잘못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현정부가 외환위기로 인해 정권 획득에 도움을 받았지만 외환위기의 극복이란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적자금의 조성 과정에서 잦은 말바꾸기로 인해 신뢰를 상실했고, 대우문제로 인해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성 규모와 관련한 여러 차례의 말바꾸기와 이를 둘러싼 정쟁은 공적자금의 문제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모양새’가 되게 하였다. 또 공적자금 관련 재정적자의 문제에 대한 비생산적 논쟁 역시 진실 여부를 떠나 정부의 책임에 대한 국민의 의혹만 키워온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현정부는 공적자금과 관련하여 자기 탓 이상의 비난과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순간에도 공적자금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견과 수십조원이 더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과연 차기 정부 초기부터 도래하게 될 연평균 약 2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채권 상환을 예금보험공사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욱 많은 논란이 있을 조짐이다. 현재까지의 공적자금 조성과 회수에 관한 논의를 볼 때 국내 경제를 위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국민 부담 최소화의 문제이다. 지극히 당연한 소리이다. 하지만 국민 부담 최소화를 공적자금의 투입액 최소화나 회수율 극대화만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공적자금 조성액을 되도록 작게 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국민 부담을 키운 면이 있다. 따라서 필요할 경우에는 오히려 ‘충분한 자금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회수율 극대화란 목표 또한 금융기관의 기능 정상화에 우선해서는 안된다. 지나치게 이를 추구하다 보면 그 부작용으로 국민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과 회수 자금 재사용의 문제이다. 공적자금의 조성은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나 회수 자금 재사용은 그럴 필요가 없다. 재원 측면에서 회수 자금 재사용은 미래 상환용 자금을 당겨서 새로운 공적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추가 조성은 미래 회수 자금을 상환용 자금으로 남겨 두는 것인데 비해, 회수 자금 재사용은 미래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 조성해야 할 개연성을 남겨 두는 것이다. 따라서 회수 자금 재사용은 상환문제를 고려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셋째, 공적자금의 상환 기일 도래에 따른 자금 준비에 충분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된 자금은 전액 재투입되고 있다. 상환 기일이 도래할 경우 필요한 준비된 상환자금은 거의 없다. 상환은 주로 금융기관에 출자 형식으로 투입된 자금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출자 당시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매입하였기 때문에 상환 시점에 주식 가격이 현재의 몇 배로 상승하여야만 한다. 아니면 정부의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쟁대상 삼지말고 힘모으길▼

따라서 공적자금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문제에 충분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권 출자주식 매각계획, 은행 민영화, 필요할 경우 재정 투입계획, 상환용 채권 재발행 등 제반 수단이 개연성있는 시나리오별로 작성, 준비되어야만 한다. 설사 그 대책이 국민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다.

공적자금의 조성과 상환의 문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생산적인 숫자놀음의 대상으로 힘을 낭비하기보다 건설적 대책 마련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박승록(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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