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문건/정보화투자 늘려 경제 살리자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41분


최근 정부는 2단계 내수 진작책을 내놓았다. 과잉설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조정과정이 예상외로 심각한 데다 테러사태의 여파로 대외여건이 앞으로 상당기간 호전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현재 IT산업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획기적 세제유인책 절실▼

올해 들어 대부분 기업들의 수익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들은 투자자금은 물론이고 운용자금 조달도 여의치 못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IT산업이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담당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내수 진작책은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수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는 거시적 측면에서 급격한 경기둔화를 막는 데는 크게 기여했으나 IT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나올 정부의 3단계 경기 진작책에는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동안 기업들의 정보화투자를 유인해 내수 쪽에서라도 국내 IT기업들의 판로를 열어 줄 수 있도록 보다 직접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선진기업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취약한 실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은 큰 폭의 투자 확대로 수출산업으로 성장했지만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아직 ‘디지털기업’으로 거듭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무흐름이 완벽히 전산화되어 생산성수준이 선진 경쟁기업에 도달한 기업은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기관들의 정보화수준은 더욱 낙후되어 있다. 90년대 이후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은 통합을 통해 거대 금융기관으로 거듭 태어났다. 자율화와 세계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규모의 전산투자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생산성 혁신을 위한 전산투자 규모는 선진 금융기관들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은행들의 총자본수익률(ROE)도 평균 1%로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은 재해에 대비하거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정보화 투자에는 더욱 인색한 형편이다. 이번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선진 금융기관의 재해복구시스템은 완벽했다. 모건스탠리는 원격지에 실시간 ‘백업’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세계무역센터(WTC)빌딩의 붕괴로 인한 소매부분의 자료와 시설의 완전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며칠 내에 영업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금융기관들의 재해복구시스템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격지에 자체 백업센터를 보유한 금융기관은 은행 2개소, 증권·보험을 통틀어 4개소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외부위탁이나 불완전한 데이터 백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정보화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유인책이 내수 진작 차원에서도 나와야겠다. 현재 중소기업에 한해 적용하고 있는 정보화 투자세액 공제 혜택과 폭을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대폭 확대하고 가속 상각도 허용해 주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경제상황이 어려울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해야 기업들의 정보화투자를 최대한 유인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안전시스템 설치 의무화를▼

이러한 한시적이고 직접적인 세제혜택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전 산업에 걸친 일정률의 법인세 인하보다 오히려 유효한 경기 진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안전과 보안을 위한 정보화 투자는 당장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비용적 성격이 강함에 따라 이러한 세제유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채찍도 사용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민간·정부시설물이나 금융기관들에는 안전·보안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여기서 굳이 최근 방한한 미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지성적이면서도 용기 있는 과감한 정책”이다. 금융 재정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세제 및 규제완화 측면에서도 이 같은 정책과 이를 실천할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정문건(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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