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업종 경쟁력하락 심각▼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경제를 그나마 이 정도로 버티게 하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산업들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그 미래가 불안한 상태에 있다. 중국의 10개년 계획은 앞으로 5∼10년 내에 이러한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의 경쟁력을 앞지르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중국의 추격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 때문에 우리 생활의 기반마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현재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의 A그룹과 자동차, 일반기계, 전자의 B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B그룹의 국제 경쟁력은 2010년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A그룹의 산업들은 중국 등의 생산능력 증대와 이에 따른 수출시장 잠식으로 2005년경 세계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3년 뒤의 일이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의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들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준비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 간의 산업특화는 세계적 차원에서 각국의 비교우위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중국의 조선산업 국제경쟁력이 한국보다 강하게 되면 한국은 조선업을 결과적으로 포기하게 되고,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산업을 찾아 특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자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양산업화의 속도조절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의 유연한 구조조정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속도와 유연성은 시장 현장의 흐름 속에 들어 있는 기업의 판단과 정부의 여건 조성이 조화를 이룰 때 확보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 기업들에 주어진 여건은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
그 첫째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해온 금융논리 중심의 정책 마인드가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과 금융은 상호 보완적이다. 국가간 산업특화 구조의 변화에 기업이 적절한 속도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금융논리대로만 한다면 70년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있을 수 없는 무리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 정책의 결과, 오늘 우리는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산업 등을 바탕으로 먹고 살고 있지 않은가. 지난 4년 간의 금융논리는 이해하지만 이제부터는 산업논리와 균형을 취하려는 시각조정이 필요하다.
▼정부 직접규제 최소화해야▼
둘째는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정부는 여건 조성에 주로 전념하고 직접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세계와 우리 경제는 지식기반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식기반 경제에 있어서 핵심 경쟁요소는 시간이다. 누가 ‘적절한 시간’ 내에 값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경쟁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기업활동에 대한 직접 개입은 이러한 시간경쟁에 장애요인이 된다. 기업의 업종 선택에 관한 자율적 판단을 저해하는 정부의 각종 직접규제는 특화업종 전환의 속도를 부적절하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여건 조성은 세 가지 정도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바탕을 둔 경쟁질서의 확립, 상시적 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과 보완, 그리고 기술수준의 제고와 인적자본의 교육 및 훈련 등 기업활동과 구조조정의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다지는 일 등이 그 세 가지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무질서 속에서 산업의 미래마저 실종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산업은 우리 국민생활의 기본이다. 산업의 미래가 밝아지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김광두(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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