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한국미래 좌우
사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겁다. 새천년 한국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열어나갈 국민의 첫 주권행사이어서만은 아니다. 4·13총선의 수레바퀴 위에는 개헌과 개혁이라는 현 정치의 두 핵심인자가 실려 있다. 단순히 여야 어느 한쪽의 승리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정치체제를 맞느냐, 민생의 한쪽이 어떻게 바뀌느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된다는 것이다. 왜 개헌이며 개혁이 이번 총선의 결과물이 되느냐를 물을 필요는 없다. 김대중정권은 비록 유보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개헌을 담보로 출범했다. 지난 2년 집권 동안엔 개혁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그에 대한 성적표를 이번 총선에서 받고 앞으로 3년 정치의 지향점을 이 성적표에 맞춰야 한다. 총선과 개헌 개혁 세 화두는 올 한해 서로 함께 갈 수밖에 없으며 이를 떼어놓고 정치의 앞을 내다본다면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몸통을 얘기하는 것이나 같다.
무엇보다 개헌은 이 정권이 안고 가는 일종의 ‘숙명’이다. 한 여당중진은 “(개헌이) 논의에 그치건, 실행에 옮겨지건 이 정권은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김대통령은 어쩌면 다시 개헌을 지렛대 삼아 정치를 꾸려갈지 모른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정당이 국회 개헌선은커녕 과반의석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고 보면 다른 정파와의 연합이 불가피하고 그 매개체로 개헌문제가 다시 불거진다는 얘기다. 공동정권 1기를 함께한 자민련과 거듭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2기 연합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도 선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정가에서 “선거 후 깜짝 놀랄 ‘21세기형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란 설이 나도는 것도 그냥 넘겨들을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이번 총선 이후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한다.
개혁도 이 정권엔 ‘미완의 숙제’다. 정부는 “경제와 공공부문의 성공적 개혁으로 IMF를 사실상 조기 졸업했으나 그것으로 개혁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총선 이후에도 개혁정책은 계속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의 얘기는 다르다. 이 정부가 추진한 개혁은 “의도가 불순해 이미 실패했고 무리하게 몰아붙여 국민 사이에 위화감 이질감만 증폭시켰다”고 다그친다. 되지도 않을 개혁 명분만 내세우면 민생의 주름만 깊어지니 이를 견제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개혁을 새롭게 추진할 힘을 야당에 몰아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같은 상반된 주장을 일도양단 식으로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자르기는 힘들다. 그러나 선거란 생물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민심의 쏠림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미 얼개를 제시한 개혁을 그대로 추진하느냐, 아니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느냐를 선거결과는 알려 준다. 몇몇 개혁 지상주의자들은 벌써 현재와 과거의 개혁세력이 응어리를 털고 힘을 합쳐야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한다.
◆냉정한 분석 판단 필요
그런 연후에야 ‘3김식 정치’ 청산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000년대를 사는 유권자라면 컴퓨터처럼 정치의 흐름을 꿰어 읽고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총선 개헌 개혁이 맞물리면 정치구도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며 그것이 시민의 생활에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지연 학연 등 팔 굽은 감정이나 돈과 막걸리가 선거를 가르던 때는 지난 세기로 마감해야 한다. 한 표의 결과가 축배로 돌아올지 독배로 다가설지를 거듭거듭 생각해 볼 때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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