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를 합시다]정은섭/뒷거래…˝반칙기업 많아요˝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16분


최근 ‘상도’라는 제목의 TV드라마가 인기를 모았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경쟁 상인의 온갖 권모술수에도 불구하고 상도를 지킨 주인공이 결국 성공한다는 다소 식상한 결론이 내려진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권모술수가 불공정거래 또는 부정경쟁이라는 형태로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만연되어 있다.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최고선이 이윤추구인 이상 페어트레이드(fair trade)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특허, 부정경쟁, 공정거래 사건을 주로 다루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를 자주 접한다. 물론 건전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선량한 기업가들도 많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언페어(unfair)한 경우가 많다.

요즘은 우리 기업들의 기술수준이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우리 기업의 기술을 외국 기업들이 모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A사가 획기적인 화장품용기를 개발한 후 외국 유명 화장품회사인 C사에 합작을 의뢰했다. C사는 합작에 관심없다는 답변을 하더니 A사가 개발한 화장품용기를 양산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했다. 다행히 한국 법원에서 A사의 권리를 보호해 주었지만, A사에는 C사의 불공정 행위가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았다.

권리의 지나친 행사도 또 하나의 불공정 사례가 되고 있다. 세계적 전자업체인 P사는 CD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소니 등과 담합해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로열티 때문에 P사는 국내 유명 음반제작업체들과 특허 로열티 분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P사가 요구하는 로열티가 매출의 20∼30%에 이르는 과도한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선점자의 지나친 욕심도 페어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설계에 전혀 경험이 없는 모 대기업 계열회사가 정리절차에 들어간 모 자동차회사의 직원들을 대거 스카우트해서 이 자동차 회사가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설계기술 노하우를 한꺼번에 가지고 간 행위 등이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 이윤의 원천을 부단한 연구개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도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비도덕적 기업의 뒷거래나 무분별한 모방으로,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건전한 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마저 꺾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연구개발을 통한 산출물, 이를테면 특허 등에는 충분한 법적 보호를 해주고 그에 대한 침해행위가 있을 경우 엄중 경고하거나 외면하는 사회적 기반과 분위기가 마련돼야 기술경쟁을 통한 페어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법을 통해 페어트레이드를 유지시키려는 규제방식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상도를 지키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페어플레이 노력이야말로 엄격한 형사처벌을 통한 법적 규제보다 사회적으로 더 유익할 것이다.

정은섭 법무법인 ´아주´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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