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란 규칙을 확실히 이해하고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경기에서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지 않는다면 승리하더라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을 경기에 비교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경기규칙은 경제 관련 법규에 비교될 수 있고 선수는 민간 경제주체, 그리고 심판은 정부 당국에 해당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는 정부규제의 완화 문제다. 자율화의 물결이 거세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규제〓악’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것 같다. 당국이 규제를 일률적으로 줄이다 보니 꼭 필요한 규제도 철폐되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규제 철폐였다. 국내 발행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면서 해외발행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 묘한 상황이 얼마 동안 있었다. 그 결과 해외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갖은 불공정거래 등이 이루어졌고 가짜 외자유치와 주가조작 사태로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경기에 규칙이 없다면 이전투구가 될 것이 뻔하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경제 행위에도 갖은 속임수가 판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회계제도와 관련된 부분이다. 회계장부에 대한 불신은 경제활동의 전반적인 불신으로 연결되며 나아가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 엔론, 타이코, 월드콤, 머크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주식회사 미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달러화의 급락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회계비리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회계장부의 불투명성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금융시장이 투명해지려면 잘못된 회계관행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행위에서 심판 역할은 정부 당국이 한다. 금융시장에선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검찰이 심판의 역할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권시장에서 작전(시세조종행위)은 으레 벌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주주, 증권사 직원, 펀드매니저, 큰 손 등이 가세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행위가 빈번했는데 최근 당국의 강한 의지로 이러한 행위들이 많이 근절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종목에 대한 불공정 매매는 사라지고 있는 반면 선물시장을 통한 시세교란 행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게는 하루에 선물을 1만 계약씩이나 사고 팔면서 현물 주식시장을 주무르려는 움직임이 있다. 혹시 불공정 행위는 없는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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