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충주에 사는 한 여대생이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바닷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상 인명구조요원들이 달려가 그 여대생을 구조했는데 그 여대생은 도리어 구조요원들에게 화를 내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적도 있었다.
여름 바다에서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우리 구조요원의 마음과 달리 자신에게 위험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이빙을 하거나 구조원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안전선 밖으로 나가는가 하면 술을 마시고 수영하는 행위 등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변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이런 사람들로 인해 우리 구조원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또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피서객들의 기초질서 외면이다. 백사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화장실은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로 인해 화장실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다. 또 물을 마시는 식수대에서 몸을 씻기도 한다. 밤이 되면 위험한 폭죽놀이로 다른 사람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고 청소년들은 ‘해방구‘란 이름으로 술판을 벌이고 소란을 피운다.
안타까운 점은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 이후 우리의 시민의식이 상승된 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특정 장소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축구장과 야구장의 경기 후 모습을 비교한 뉴스에 따르면 ‘장소에 따라’ 우리의 시민의식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제는 월드컵 때 우리가 전 세계에 보여준 모습을 생활 전반에 걸쳐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모든 면에서 작년에 비해서는 질서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85만명의 피서인파가 모였던 3일 토요일에는 낮과 밤을 통틀어 음주 시비 소란으로 인한 사건이 한 건도 없었고 월드컵 축구장에서 호응이 좋았던 ‘클린업 타임’(자기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는 시간) 방송이 나오면 주변 청소를 하고 집에 갈 때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피서객들도 눈에 많이 띈다. 아무렇게나 내던졌던 담배꽁초를 종이컵에 버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깨진 유리병도 예전보다 백사장에서 많이 사라졌다.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더 나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재충전 시간으로서의 휴가는 우리의 기초질서 지키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즐거워야 할 피서에서 짜증만 남을 것이다. ‘나 하나쯤’ 하는 도덕불감증이 ‘무질서 피서‘를 만드는 것이다.
젊음과 해방이 넘치는 바다는 아름답지만 무질서와 광란이 난무한다면 추하기 짝이 없다. 이는 ‘공중도덕심’을 들먹이기 이전에 각 개인의 양심에 관한 문제이다.
이경민 부산 해운대여름경찰서 수상안전구조본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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